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컴의 AI 전환 사업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도 향해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도 포함돼 있다. 미국 빅테크로부터 AI 인프라 및 데이터 주권을 지켜내겠다는 유럽의 소버린AI 기조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술 현지화와 영업망 확보 측면에서 현지의 메이저급 파트너사들을 확보한 상황이다. 36년간 국내 금융·공공기관에 문서 프로세서를 공급해 오며 쌓은 비정형 데이터 추출·구조화 기술이 유럽 각국의 오퍼를 끌어낸 원동력이다. 소버린AI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강한 의지가 구체적인 법제화로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규제 신설 일정 내에 사업화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현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온다.
한컴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폴란드 국가공인 R&D 센터인 7불스, 현지 AI·IT 기업 알고마인(Algomine)과 소버린 에이전틱 OS의 개발 및 현지화를 위한 협업 전선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7불스는 1993년 사업을 시작해 30년 넘게 기업 IT 시스템을 설계·구축해 온 회사다. 폴란드 정부가 부여하는 국가공인 연구개발(R&D) 센터(CBR)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프랑스에도 연구 거점을 두고 있다. GDPR, NIS2 등 까다로운 유럽 규제 안에서 직접 사업을 해 온 만큼, 한컴 제품의 유럽 적합성을 끌어올릴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설립된 폴란드 바르샤바 소재 기업 알고마인은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전틱 AI,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글로벌 시스템 통합기업 트랜지션 테크놀로지 PSC(TTPSC) 그룹의 계열사다.
한컴이 이들과 추진하는 협업의 방향성은 크게 △제품화·현지화 △레거시 솔루션 연동 △거버넌스·EU 규제 대응 △시장 협력·사업화다. 더 단순화 시켜보면 결국 현지화와 사업화, 그리고 현지 규제 대응이라는 3개 축이다.
7불스와는 제품 현지화와 기존 시스템 연동 작업을 추진한다. 양사 협업으로 폴란드 공공기관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간계 시스템에 에이전틱 OS를 연결하기 위한 커넥터를 개발 중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도록 중간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다. 전자세금계산서, 전자정부 플랫폼 등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기존 시스템을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에이전트화하는 시범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객이 기존 시스템 교체 없이 곧바로 에이전틱 OS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품을 유럽 체계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폴란드에는 폴란드어 특화 LLM 'Bielik'이 구축돼 있다. 한컴은 소버린 에이전틱 OS에 Bielik을 결합하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폴란드어 에이전트의 성능을 검증할 평가 체계를 함께 구축하고, 날짜·통화·문자 표기 등 로케일 대응도 과제로 잡았다.
독자들의 PICK!
규제 대응도 사업 모델의 일부로 들어가 있다. 한컴과 현지 파트너들은 EU의 인공지능법(AI Act)과 일반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요건을 반영한 개발 가이드를 마련 중이다. EU AI Act는 지난 2일부터 시행됐다. 향후 유럽에 AI 시스템을 공급하려는 사업자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투명성, 위험관리 체계를 맞추는 작업까지 필요하게 된 셈이다.
배포 방식은 온프레미스와 폐쇄망이 중심이다. 고객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나 국경 밖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기관 내부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다. 한컴이 에이전틱 OS 출시 과정에서 '소버린'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기도 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한컴은 7불스와 소버린 에이전틱 OS의 기술 현지화를 진행한 뒤 이후 사업화 과정에선 알고마인의 유럽 각국 사업망을 레버리지 삼아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겠다는 그림이다. 알고마인의 모회사인 트랜지션 테크놀로지 PSC그룹은 유럽 전체에 걸쳐 사업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사업의 물꼬를 튼다면 곧바로 EU 전역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