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큼 커진 '연쇄부실 위험'…증권사엔 없는 '위기 플랜'

은행만큼 커진 '연쇄부실 위험'…증권사엔 없는 '위기 플랜'

조철희 기자
2026.08.3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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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종투사 3곳 총위험액 1년새 30%↑…위기시 자본부족액 중형은행 추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 총위험액 추이/그래픽=윤선정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 총위험액 추이/그래픽=윤선정

대형 증권사들이 떠안은 위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자본 확충으로 손실흡수능력은 개선됐지만 총위험액도 1년 새 30% 넘게 증가했다.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까지 굵어지면서 증권사 한 곳의 위기가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은행에는 위기에 대비한 법정 '위기 플랜'이 있지만 증권사는 이 체계에서 빠져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종투사, 순자본 늘었지만 위험액도 30% 급증

28일 머니투데이가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사의 총위험액은 지난 6월 말 22조2668억원으로 1년 전 17조699억원보다 5조1969억원(30.4%) 증가했다. 총위험액은 시장위험액과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등을 합산한 것으로 증권사가 부담하는 위험을 금융당국 기준에 따라 산출한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은 6조423억원에서 8조6213억원으로 42.7%, 한국투자증권은 6조2234억원에서 7조9924억원으로 28.4%, NH투자증권은 4조8042억원에서 5조6531억원으로 17.7% 각기 증가했다.

같은 기간 3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은 2535.7%에서 3794.8%로 1259.2%포인트 뛰었다. 영업용순자본도 37.6% 증가해 자본완충력 자체는 개선됐다. 그러나 개별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NCR만으로 대형 증권사가 떠안은 위험의 절대 규모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증권사 건전성 규제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현행 NCR이 대형 증권사의 위험 확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은 2010~2025년 약 3.6배 증가한 반면 총위험액은 약 11배 늘었다. 그런데도 NCR은 659%에서 2218%로 상승했다.

은행에는 있고 증권사에는 없는 법정 '위기 플랜'/그래픽=윤선정
은행에는 있고 증권사에는 없는 법정 '위기 플랜'/그래픽=윤선정
노벨상 수상자 "다음 금융위기, 非(비)은행서 시작 가능성"

대형 증권사의 위험이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과의 연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내 증권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2808조원이다. 장외파생은 금융회사들이 계약 당사자로 직접 연결돼 한 곳이 부실해지면 계약 조기종결과 담보 회수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는 파산신청 후 5주 사이 보유 파생상품 계약의 약 80%인 73만건이 조기종결됐다. 대형 금융회사 한 곳의 실패가 복잡한 금융계약을 타고 시장 전체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는 은행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다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실제 KDI가 시장 위기 때 예상되는 자본부족액(SRISK)을 분석한 결과 대형 증권사는 2011년 평균 1조2000억원에서 2022년 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유사 규모 중형 은행은 1조4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증가해 대형 증권사를 밑돌았다.

하지만 위기대응 제도는 다르다.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D-SIFI)은 위기 때 스스로 회복할 정상화계획을 세우고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에 대비한 정리계획을 미리 마련한다. 현행 법령상 증권사는 D-SIFI 지정 대상 자체가 아니어서 이 법정 정상화·정리계획(RRP) 체계 밖에 있다.

이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으로 대형 증권사의 자금조달·운용 규모가 커지는 만큼 평상시 건전성뿐 아니라 위기 때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사전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종수 KDI 연구위원은 대형 증권사의 위험 특성을 반영한 차등 규제를 제안했다. 홍 연구위원은 "대형 증권사에는 2016년 이전의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방식으로 NCR 산식을 전환해 위험 민감도를 높이고 중소형 증권사에는 업무 범위와 위험 특성을 고려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NCR과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평상시 건전성 관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가 실제 위기에 빠졌을 때 자체 정상화부터 부실정리까지 사전에 준비하도록 하는 법정 위기대응체계는 여전히 없다.

은행 등 D-SIFI는 매년 자체정상화계획을 마련하고 예금보험공사도 해당 금융회사의 부실정리계획을 수립한다. 증권사를 D-SIFI 지정 대상에 포함해 이 같은 RRP 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형 증권사의 시스템위험에 대응할 보다 직접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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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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