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혁신의 동행] GK인사이츠 젊은 창업가들에게 "내 경험이 미래 세대에 작은 도움이 되길"

"제가 지나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여러분이 앞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박정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GK인사이츠) 고문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창업가들과 마주 앉아 자신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성공의 공식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갈 후배들이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먼저 겪었던 고민과 시행착오가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GK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 미래자문단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 고문을 초청해 '고문과 미래자문단의 대화'를 진행했다. 권영수 전 LG 부회장,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미래자문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젊은 창업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날 역시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먼저 기업을 이끌어본 선배와 이제 자신의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후배들이 서로의 고민을 주고받는 대화에 가까웠다.
박 고문은 "요즘 벤처를 하시는 분들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가진 분들"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길을 선택한 젊은 창업가들에게 먼저 격려를 건넸다.
이어 지난 30여 년간 기업 현장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며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나눴다. 비전과 인사이트, 불확실성 속에서의 의사결정, 그리고 사람의 중요성이었다.
박 고문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며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이야기를 꺼냈다.
"거시(Macro)는 바람이고, 미시(Micro)는 나의 보트 성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생을 살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좋은 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는지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가 기업 현장에 있었던 지난 30여 년 동안 세상의 큰 흐름은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다시 클라우드와 AI로 이어졌다. 한때는 인터넷으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지를 대학에서 과제로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시 상상하기 어려웠던 산업들이 현실이 됐다.
박 고문은 자신의 사업과 기술에 집중하는 것만큼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한 번씩 멀리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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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신이 경험한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했다.

박 고문이 인사이트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이야기한 것은 '사색'이었다.
과거에는 후배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 알고 있던 지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때로는 그것이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잠시 정보에서 떨어져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오랜 경험 역시 미래 세대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답'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판단을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취지다.
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창업가들이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박 고문은 큰 결정을 앞두고 자신이 살펴봤던 불확실성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하려는 '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사업과 투자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국 그 일을 실행할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다. 모든 것이 확실해진 뒤 결정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그런 순간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었다.
과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결정했던 순간에도 모든 조건에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산업의 미래와 투자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기술을 축적해 온 사람들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투자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던 경험도 소개했다.
박 고문은 이를 자신의 성공 사례로 내세우기보다, 불확실한 순간에 어떤 부분을 확인하고 무엇을 믿을 것인지 각자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데 참고가 됐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오랜 경영 경험을 돌아보며 박 고문이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은 사람이었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그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승진이 보상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승진은 한편으로 더 큰 책임과 더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급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기업과 기업이 만나는 과정에서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M&A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상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박 고문은 상대방이 지나온 역사와 상황,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감동시켜야 한다."
짧은 말이지만 이날 박 고문이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생각과도 맞닿아 있었다. 기업의 규모가 아무리 커지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결국 선택하고 실행하고 함께 일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화는 한 세대의 성공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강연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선후배가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 가까웠다. 박 고문 역시 자신의 경험을 정답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큰 흐름을 바라보되 자신의 생각을 잃지 않는 것. △과거의 경험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사실 앞에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을 찾아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사람을 잊지 않는 것.
박 고문이 이날 미래 세대에게 건넨 이야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답이라기보다 먼저 긴 길을 걸어본 선배가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건넨 몇 가지 경험에 가까웠다.
강연 후 GK인사이츠 미래자문단에 소속된 창업가들은 기업을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을 박 고문과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ZDVC(지디벤처스)의 김하경 대표는 "의사 결정할 때 불확실성의 종류가 3가지 (업, 규모, 인재)정도라고 했는데 우선순위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 고문은 "우선순위가 있지는 않다. 예컨대 돈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면 투자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별 투자자의 형편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친환경 구강건강 관리 기업 닥터노아의 박근우 대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에게 승진이 다는 아니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고문은 "보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많이 줘야 한다는 걸 떠나서 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처럼 당장의 급여나 복리후생만으로 구성원에게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회사의 성장과 미래 가치를 구성원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박 고문은 "체코의 한 보안 회사 사례인데 사내 식당이 너무 좋았다. (현지) 구글의 식당이 너무 좋다 보니 그 쪽 인재를 데리고 오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M&A를 통해 확대된 조직의 경우 억지로 하나의 문화로 묶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도 했다.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아파트 인테리어 솔루션기업인 아파트멘터리의 김준영 대표는 "서비스 회사였는데 제조업을 하게 됐다. 이종 산업 간 결합이 많았는데 그룹으로서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달려갈 수 있게, 뭉치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왜 하나로 맞춰야 하나. 조직을 하나로 맞추려는 노력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부작용, '디모티베이션'(의욕 감퇴)도 크다"며 "조직을 하나로 만들면 약간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조직간 조화를 이루게 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잘 분리하고 각각을 잘 동기부여 하면 된다"고 말했다.
◇ 박정호 고문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89년 SK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대표, SK C&C 대표,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이끈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성장전략, 글로벌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며 통신과 반도체, 플랫폼과 투자를 아우르는 폭넓은 경영 경험으로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대표적인 전략·M&A(인수합병) 전문가다.
[프로필]
△1963년 △마산고 △고려대 경영학과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SK텔레콤 뉴욕사무소 지사장 △SK C&C 대표 △SK텔레콤 대표 △SK브로드밴드 대표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임 △현)SK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