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한샘(39,800원 ▲1,000 +2.58%)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출자자로서는 한샘을 인수한 IMM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에 2200억원 넘는 투자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상장주식 주주로서는 한샘 지분을 팔고 IMM PE 측 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했다. 한샘 주가가 인수가의 5분의 1 토막이 난 만큼 주가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의 한샘 투자 손실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국민연금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IMM PE의 로즈골드4호 펀드에 2288억6100만원의 투자잔액을 보유했다. 투자잔액은 출자금 가운데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으로 국민연금의 시장 익스포저(위험노출액)로 볼 수 있다. 로즈골드4호는 약 2조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로 국민연금은 4000억원대를 약정했다. IMM PE가 약정총액의 17%를 한샘 인수에 투입한 만큼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한샘 인수에 들어간 국민연금 자금은 68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업을 두고 국민연금의 포지션은 정반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까지 한샘의 5% 이상 주주였지만 올해 1분기 보유 주식을 팔아 명단에서 빠졌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이고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던 시기에 한샘 주식은 오히려 줄인 것이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IMM PE 측 송인준 기타비상무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직전 임기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이면 선임에 반대한다는 국민연금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한쪽에서는 IMM PE의 한샘 경영에 자금을 대면서 다른 쪽에서는 그 경영진에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출자와 상장주식 의결권 행사를 맡는 조직이 달라 같은 종목에서도 이처럼 포지션이 엇갈릴 수 있다.

IMM PE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교체와 리모델링 수요가 커지던 2021년 10월25일 한샘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4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최종 인수대금은 지분 27.71%에 1조4413억원으로 주당 22만1000원이었다. 계약 체결일 종가 11만6500원에 약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인수대금 가운데 855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고 최근 대출 만기를 2028년 3월로 늦췄다. 현금으로 내는 이자는 연 0.5%로 낮아졌고 나머지 이자는 원금에 얹어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구조다.
그러나 인수 직후 금리 인상으로 주택거래가 부진해지면서 한샘은 2022년 상장 이후 첫 연간 영업손실(217억원)을 냈다. 한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3만8800원으로 올해 들어 15.9% 내렸고 인수가보다 82.4% 낮다. 증권업계는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사에 신축 아파트 붙박이 가구를 납품하는 B2B(기업 간 거래) 매출이 줄어든 것을 주가 하락 원인으로 꼽는다. 한샘이 지난 7월 고급 재건축 아파트 가구 납품을 맡던 자회사 한샘넥서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든 비용도 실적 회복을 늦출 요인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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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으로 인수금융 담보가치도 떨어졌다. 담보로 잡힌 IMM PE 측 한샘 주식은 833만9691주로 전일 종가를 적용하면 약 3236억원어치다. 원금만 갚으려 해도 한샘 주가는 지금의 2.6배로 올라야 한다. 만기까지 쌓이는 이자를 더하면 필요한 주가는 더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한샘 인수 출자분도 한샘 매각이 성사돼야 본격적으로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한샘 관련 계획을 묻는 질의에 "개별 투자건으로 확인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IMM PE는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