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제동

인권위,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제동

장웅조 기자
2009.03.04 08:57

고소없이 처벌하는 '반의사불벌제' 안돼…친고죄로 해야

사이버모욕죄와 사이버명예훼손 등 한나라당의 인터넷 규제안 입법 추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할 경우 친고죄의 형태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3일 공개했다.

이는 해당 개정안의 핵심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사실상의 반대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사이버모욕죄를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해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려 시도해 왔다. 이를 인권위 의견대로 친고죄로 규정하면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수사가 가능해진다.

인권위는 이같은 결정문을 지난달 27일 작성해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권위는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면 어떤 행위를 수사하고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표현에 대해 편파적으로 부당하게 수사를 개시할 수 있어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범죄피해에 대한 신고나 고소가 어려우니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법취지도 "근거 없다"고 지적했다. 신고나 고소는 범죄사실을 특정하면 되는 것이지 가해자를 특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형법에도 모욕죄가 친고죄로 규정돼 있는데, 개인의 명예감정이라는 동일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일관적이지 않다"고도 말했다.

인권위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자체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이버모욕죄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며, 현재 입법추진 중인 국가도 한국이 최초라는 것. 또한 세계언론자유위원회(WEPC)나 국제언론인협회(IPI)는 형법상 모욕죄마저도 폐지하라고 매년 요구하고 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한편, 인권위는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주요 조항을 삭제하라는 의견을 밝혔다. 주요 조항이란 사이버명예훼손죄와 사이버모욕죄를 형법에도 끼워넣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사이버 명예훼손 행위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형법에 같은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이버모욕죄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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