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적인 지상파방송광고 판매대행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후 1년째 논의가 답보상태다.
올 12월까지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법적 공백 상태가 길어질 전망이다. 올해 안에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시행령 개정 등의 후속작업 등 시행까지는 3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어서 규제 공백이 불가피하다. 극단적으로 방송사들이 직접 광고를 수주하거나 새로운 사업자가 미디어렙을 만들어 광고판매 대행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 코바코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돼왔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는 국회와 정부, 즉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이미 지난 5월 의원입법으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갈등과 잡음으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논의가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대여섯 개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방통위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9일 상임위에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논의를 거쳐 내용이 확정되면 국회 문방위에 이를 전달할 전망이다. 방통위가 미디어관련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안이 발의된 후 곧바로 방통위 의견을 의결해 전달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방통위는 관련 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되기 전 미디어관련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미디어렙 법안도 지난 5월 의원 입법안이 발의됐을 때 방통위가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면 법안 처리가 좀 더 수월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이고 이 사안이 방송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불합치로 법 개정 시일이 정해져 있는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처가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