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전화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통화하면 30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를 낙전수입이라고 부른다. 낙전수입은 이동전화에도 있다. 이동전화는 10초 단위로 과금한다. 11초를 통화해도 20초에 해당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 소비자는 9초에 해당하는 요금을 더 내는 셈이다.
시민단체와 정부는 선진국처럼 초단위로 과금해야 한다고 이동통신사를 압박했고SK텔레콤(95,100원 ▼500 -0.52%)은 3월부터 '초당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은 매년 2000억원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2500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 가입자는 매달 700원 남짓한 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초당요금제 도입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닌 만큼 LG텔레콤은 빠르면 오는 7월쯤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KT(60,900원 ▲400 +0.66%)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통신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음성보다는 데이터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초당요금제를 도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을 생각하면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통신사의 주요 매출이 음성통화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지난해말 KT의 가입자당 평균음성매출(ARPU)은 2만4300원으로 데이터 ARPU 7200원의 3배에 달했다. 초당요금제가 가져다주는 가입자당 요금인하 효과도 월 700∼800원으로 많지 않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KT가 낙전수입을 챙겨야 할 이유가 없다며 초당요금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초당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고객 만족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당장의 손실보다 장기적인 고객의 신뢰를 택한 것이다. KT도 합병 후 '고객감동'을 새로운 경영방향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종종 노드스트롬백화점의 '고객감동' 경영을 모델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10초당 요금제 고수로 연간 1000억원 넘는 낙전수입을 거두는 KT에 '감동'을 느끼는 고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SK텔레콤과 LG텔레콤 모두 '초당요금제'로 전환했을 때 KT 고객들은 '10초당 요금제'의 무게를 더 강하게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