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또 억지주장, 왜
빅테크 3사 트래픽 비중 40% 넘고도, 무임승차 버티기
고정밀지도 반출처럼, 다른 이슈에 협상력 극대화 전략
트럼프정부가 한국의 망사용료 정책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으면서 업계는 간밤에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는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한국이 유일한 국가도 아닌 만큼 '억지주장'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SNS(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외국의 무역장벽' 사례 10개 중 하나로 한국의 '망사용료'를 꼽았다. USTR는 게시글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의 트래픽 전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한국만 제외하고"라고 비판했다.
학계와 통신업계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억지주장"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망사용료는 현재 법제화되지 않았고 빅테크를 상대로 징수하지도 않는다. 넷플릭스는 2023년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급한 적이 있지만 당시 1심에서 패소한 후 재판을 합의종료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인공지능법학회장)는 "당시 넷플릭스가 소송에서 질 것같으니 합의를 택했다"며 "판례가 생기면서 법적 근거가 확보됐고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법제화까지 추진하진 않을 것같다"고 밝혔다.

오히려 국내 사업자가 역차별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부가통신사업자별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구글(31.17%) 넷플릭스(4.88%) 메타(4.39%) 빅테크 3사의 트래픽 비중이 네이버(4.86%) 카카오(1.26%) 등 국내 사업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는 매년 수백억 원의 망사용료를 낸다"며 "역차별을 당하는 건 한국 사업자"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망사용료 부과를 검토한 적 있는 만큼 한국이 유일하다는 주장도 가짜라고 일축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EU도 빅테크가 망 투자비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페어 셰어'(Fair Share)를 논의한 바 있다"며 "디지털네트워크법(DNA)으로 법제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업계가 망사용료 부과를 요구하는 건 빅테크에 인프라 유지·증설비용을 분담시키기 위해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뻗어있고 가입자 비율도 높아 유지·증설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인터넷망으로 수익을 거두는 빅테크가 비용을 나눠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내에서 망사용료 법제화와 관련, 별다른 움직임이 없음에도 미국이 선제적으로 이를 언급한 건 한미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교수는 "미국이 망사용료를 지렛대 삼아 다른 것을 요구하려는 심산"이라며 "이란 파병이나 쿠팡이슈 등 문제제기를 많이 할수록 협상테이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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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미국 통상압박이 심해지면 결국 망사용료를 부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표했다. 지난 2월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구글에 '1대5000 축척'의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