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01X 번호 사용자, 확약서 써라" 논란

KT "01X 번호 사용자, 확약서 써라" 논란

신혜선 기자
2010.05.11 17:40

"2G서비스 중단 인지" 확약서 요구… 확약서 안받는 대리점엔 '페널티'

KT(64,500원 ▲200 +0.31%)가 2세대(2G)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2G 가입자 가운데 기기변경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2G서비스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확약서를 받지 않고 2G 가입자를 유치하는 대리점에게 패널티를 물리겠다는 공문을 전달해 물의를 빚고 있다.

↑ KT가 2G 가입자에게 받고 있는 확약서
↑ KT가 2G 가입자에게 받고 있는 확약서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2G 신규 고객이나 기변, 타사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2G 서비스 중단을 인지한다는 확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이는 2G 서비스 가입을 강제로 막고, 추후 2G서비스 중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돼 이용자차별행위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CDMA(2G) 서비스 제공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확약서에는 'KT는 CDMA 서비스 이용자의 감소 및 제반 통신환경의 변화에 따라 CDMA 서비스의 제공이 어려울 경우 이를 60일 이전에 고지하고 중단할 수 있다. CDMA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더 이상 KT에서 2G 핸드폰 사용은 불가능함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이 기술돼있다.

대리점에서는 고객의 자필서명이 된 해당 확약서를 첨부하지 않을 경우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그에 따른 패널티를 물린다는 방침을 전달한 터라 대리점에서는 사실상 이 확약서를 쓰지 않는 고객에게는 2G 서비스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 KT가 대리점에게 전달한 요청서에 '확약서를 받지않으면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 KT가 대리점에게 전달한 요청서에 '확약서를 받지않으면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KT의 확약서는 단순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중단 가능성을 알리는 내용이고, 이를 KT가 고객에게 설명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 확약서를 써야만 2G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엄연히 고객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특히, 2G 서비스 중단을 공식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확약서를 전제로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는 허가를 받은 통신역무를 중단할 때도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제14조 사업의 휴지·폐지). 사업자는 60일전에 이용자에 통보하고, 방통위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하며, 별도로 이용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방통위는 가입전환 대행 및 비용부담, 가입해지 등 이용자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법률전문가는 KT의 이같은 조치에 "2G 서비스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KT가 악의적인 고객을 대비해 미리 각서를 받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법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이용자 이익저해 논란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KT는 현재 2G용으로 사용하는 1.8㎓ 주파수 사용 기간이 내년 6월까지이기 때문에 이 시기까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해당 주파수 일부를 재할당받아야 한다. KT로서는 주파수 반납 이전까지 가입자를 가능한 한 많이 3G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3월말 기준 KT의 2G 이용자는 241만명으로, 전체 1500만여명 가입자 중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3G 전환을 마지막까지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016' 등 01× 번호를 이용하는 고객은 116만여명 정도다.

하지만, 보통 통신서비스 중단에 따른 이용자 보호 조치는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이 내용을 외부로 공식화한 후 시작된다는 점에서 KT의 이같은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KT가 씨티2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온세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할 때도 모두 사업 중단 고지 이후 고객에게 서비스 중단에 따른 보상 및 타사 서비스로 이전 지원 등 이용자 보호조치를 취했다.

지난 2001년 1월 아날로그 이동전화서비스를 중단한 SK텔레콤은 서비스 중단 7개월 전에 공식 선언을 한 후 TV와 신문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고 남은 고객을 대상으로 단말기 무상제공 등 전환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버티는 고객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사업자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서비스 중단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2G 서비스가 조만간 중단될 수 있으니 3G로 가입하라는 정책을 구두로 설명하거나 2G 가입을 받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고객에게 확약서까지 받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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