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방통위에 초당요금제 도입 통보해놓고 오후 IR에서 '시치미'
KT(64,500원 ▲200 +0.31%)가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기로 이미 결정해놓고, 실적관련 기업설명회(IR)에서는 이 사실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KT는 지난 3일 이동전화 초당요금제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KT는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초당요금제' 도입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터라, 이날 KT의 발표에 화들짝 놀란 시장은 KT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4일 12시 현재도 전일대비 0.8% 하락한 4만8950원을 기록 중이다.
KT가 올 1분기 실적발표를 했던 지난달 30일만 해도 KT의 주가는 전일대비 1350원이 오른 4만9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T는 이날까지 '초당요금제' 도입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KT의 1분기 실적관련 컨퍼런스콜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 당시 첫번째 질문이 "초당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냐"였다. 이 질문에 대해 김연학 KT 가치경영실장은 "요금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특별히 새롭게 드릴 말이 없습니다"며 초당요금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줬다.
그랬던 KT는 이틀뒤인 지난 3일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이틀새 마음을 바꾼 셈이다. 송재경 KTB증권 애널리스트는 "KT가 그동안 완강하게 초당요금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며 "IR때에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KT는 지난 1일~2일 사이에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달 30일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KT가 초당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방통위에 밝혀온 때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경"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에 방통위에 초당요금제 도입 결정을 이미 통보해놓고, 같은날 오후 4시에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는 초당요금제 도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시치미'를 뚝 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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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발표한 실적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해주고, 주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컨퍼런스콜인데도 불구하고, KT는 주주들의 '알권리'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CFO나 IR팀에서 초당요금제 도입 결정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초당요금제를 도입하면 KT의 순이익은 연간 1300억원이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기업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CFO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런 기업을 믿고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거짓말'하는 기업이든, 기업의 핵심사안을 주요임원이 모를 정도로 '단절된' 기업이든간에 기업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불과 한달전 '초당요금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팜플렛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했던 KT였다. 그런데 KT는 "1분기 실적을 살펴보니, 무선데이터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초당요금제를 도입할 여력이 생겼다"고 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KT의 무선데이터 매출은 3월에만 늘어났나"라며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한 것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