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울뿐인 개인정보 이용 '동의'

[기자수첩]허울뿐인 개인정보 이용 '동의'

정현수 기자
2010.11.12 06:50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 방송인들의 웹사이트 회원가입 과정이 방영됐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겪는 우여곡절을 재미있게 풀어낸 것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영하듯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대목을 발견했다. 바로 회원가입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과 관련해 동의 절차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출연자들은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회원가입을 수차례나 새로 해야 했다. 큰 웃음을 줬지만 쓴웃음도 나오는 대목이었다.

현행법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동의 절차를 구해야 한다. 이는 웹사이트 회원가입뿐 아니라 휴대폰 등록 과정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본인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등에 이용하기 위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 회원가입을 하려면 세 종류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과정이 형식에 그치고 있어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아예 회원가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인터넷 회원가입은 절대 무료가 아니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회원가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제공된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업체에서는 수집된 개인정보를 악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지만 간혹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불신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마케팅 전화와 스팸 메시지 등을 경험한 사용자일수록 이 같은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이에 따라 형식에 그치고 있는 개인정보 이용 동의 절차를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개인의 선택사항인 동의 절차가 필수사항으로 자리잡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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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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