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살아남을 IT기업, 애플도 구글도 아니다"

"2050년까지 살아남을 IT기업, 애플도 구글도 아니다"

대담=신혜선부장, 정리=조성훈 기자
2011.11.01 08:00

[머투초대석]이휘성 한국IBM 사장···"100년 역사의 힘 변화, 혁신 의지"

- 매년 6.8조원 R&D투자···美 특허 18년 연속 1위

- 아모레퍼시픽 100개 있으면 한국경제도 강해질 것

- 한국IBM, "어떤 위기에도 공채 포기 안해···우수 인력 수출만이 살길"

↑이휘성 한국IBM 대표
↑이휘성 한국IBM 대표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글로벌 IT기업을 대표하는 자리는 구글, 애플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은 더 심하다. 아예 '국내 진출한 유명 다국적 IT기업'의 표제에 이들 기업을 앞세우며 이들의 현재 모습을 국내 진출한 다국적IT기업 평가의 준거틀로 삼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100년 된 기업이 있다. 특허등록은 미국에서 18년 연속 1위를 차지한다. 2010년 한해 등록건수는 5896건. 마이크로소프트(MS), HP, 오라클, EMC, 구글이 출원한 특허를 합한 숫자보다 많다. 노벨상 수상자도 5명이나 배출했다. 바로 IBM이다. 한국IBM이 우리나라에 진출한지 올해로 44년이다. 매출 1조3000억여원, 일찌감치 직장탁아소를 운영하고, 장애인도 고용한다.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던 시기에도, 본사가 회계부정으로 휘청하고, 입찰비리 사건으로 한국 지사 위상이 흔들릴 때도 공개채용을 거르지 않았다.

'모바일', '스마트폰'이라는 요즘 주목받는 키워드를 보면 구글이나 애플이 IT기업의 대표선수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말이 아닌 이유는 바로 IBM과 같은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IBM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IT서포터스'의 위치지만, 100년된 IBM은 물론 국내 진출 44년을 맞는 한국IBM조차도 우리 기업이 벤치마킹할 대상인 것도 분명하다.

1985년 한국IBM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재직한지 27년. 그리고 7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이휘성 한국IBM 사장이 제시하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해법은 명쾌하다. '문어발식 경영이 아닌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하며, 나머지는 더 잘하는 전문 업체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 본사 설립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본사도, 한국 지사도 큰 위기를 겪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IBM은 일개 IT기업을 넘어 인류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최초의 상업용 전자계산기(컴퓨터)를 비롯해 최초의 하드디스크 시스템과 메인프레임, 플로피디스크, DRAM 등을 세상에 선보였죠.

또 눈금자나 시계, 바코드, 무선인식(RFID), 위성항법장치(GPS), 자기공명장치(MRI), 디지털 비디오, 주사터널링 현미경 등 IBM의 발명품은 숫자를 세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IBM은 정보과학 영역을 개척한 것은 물론 현대적 기업의 표본이 돼왔습니다.

물론 지난 100년이 앞으로의 100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IBM은 2000년부터 연간 60억(6.8조원) 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8개 연구소와 제품개발연구소 24개에 3000여명의 연구진이 활동중이죠. 돈이 남아서 투자하거나 어려울 때 줄이고 남을 때 투자하는 식이 아닙니다. 기술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장기적으로 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는 바탕이 뭔지 IBM은 압니다.

- 최근 애플, 구글발 모바일 열풍이 거셉니다. 이슈를 이끄는 위치를 내준 것 아니냐는 상실감도 느낄 거 같습니다만. 100년 된 IBM 힘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다고 봅니까

▶ 어쩔 수 없는 현상이죠. 소비자들 눈에 드러나 보이는 이슈들이 있으니. 하지만 최근 한 설문에서 2050년까지 존속할 기업중 IT분야에서는 IBM만 꼽혔습니다. 지난 5~6년전 만해도 MS같은 회사면 문제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IBM이 거론되는 이유는 변화와 혁신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가령 IBM은 내부 재무분석 및 예측 모델에 따라 핵심 사업이던 PC조차 더이상 IBM에 맞지않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2005년 레노버에 매각했습니다. 이같은 IBM의 경영노하우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벤치마킹합니다.

IBM이 지난 10년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B2B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조직을 재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PC와 HDD 등 제품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기업에 대한 분석 역량과 차세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그린 솔루션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로 IT생태계에서 IBM의 위상을 강화시켜 왔습니다.

지난 10년동안 전세계 현지법인을 운영하던 전통적 다국적 기업 모델에서 탈피해 글로벌 통합기업으로 변신한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고도로 훈련된 인력들이 공동의 프로세스와 서비스, 현지 시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기업모델로 변화시킨 결과입니다.

이같은 글로벌 통합으로 지난 2005년 이후 5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IBM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정신과 그 혁신을 가능케하는 사람 즉 '이이비에머'(IBMer)를 IBM의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꼽고 있습니다. IBM의 힘의 원천입니다.

- 최근 IBM의 슬로건이 '스마터 플래닛'이죠. 간단히 설명하신다면.

▶ 한마디로 지구상에 존재 하는 모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들을 지금보다 더 똑똑하게 만들어 확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현대 시스템으로 해결 못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많습니다. 가령 환경, 도시, 의료 등 전 영역에서 지금 상태로는 힘들어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방치하면 재정이 거덜나게 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정보와 통신기술을 통해 찾아보자는 겁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더 똑똑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찾아내 적용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의미죠.

사업전략 측면에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고객의 가치를 추구하고,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이노베이션 파트너를 추구하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스마터플래닛 전략은 전세계 기업과 공공 분야 최고경영진의 고민거리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2008년 말부터 스마터플래닛 전략을 시작했는데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IBM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2009년 한 해에만 스마터플래닛 전략으로 1200여개의 신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이는 당초 IBM에서 예상한 300개의 계약을 4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로 월가의 기대치를 월등히 넘어선 것입니다.

특히 스마터플래닛의 관점에서 한국은 모바일과 통신, 전자와 자동차 등 산업적 강점이 있는 만큼 글로벌 차원에서 선도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 기업과 IBM의 기업문화 차이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 한국기업들은 자회사나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지만 IBM은 오히려 합쳐서 시너지를 낼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100여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모두 용광로처럼 녹여서 IBM 본원적 경쟁력으로 흡수했습니다. IBM은 전세계 지사가 있을 뿐 계열사나 자회사는 없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인수였고 나머지 글로벌 사업은 파트너와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 그런 관점에서 벤치마킹할만한 국내 기업이 있습니까.

▶ 아모레퍼시픽은 IBM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파트너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고 봅니다. 2003년부터 IT아웃소싱을 시작했는데 8년째입니다.

화장품 산업은 신규 경쟁자가 많아 경쟁이 가장 치열하죠. 그런데도 2003년 13만원이던 아모레 주가는 현재 10배가량 올랐습니다. 애플처럼 혁신적 디지털기기가 아닌 전통 소비재 산업에서도 기업 가치를 훌륭하게 성장시켰습니다.

아모레는 자기들이 직접하는 것보다 IBM이 더 잘할 수 있으면 맡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IT인프라만 운영하다 지금은 구매, 인사관리, 웹채널 등을 맡고있습니다. IBM 본사 역시 글로벌 리소스를 통해 아모레의 해외시장 공략을 지원합니다. 중국진출 당시 사업관련 인허가 등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은데 IBM이 지원했습니다. IT아웃소싱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IBM을 파트너로 삼아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아모레퍼시픽같은 고객들이 100개 정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보다 엄청나게 성장하겠죠"

- 한국IBM도 44년이면 짧지 않은 연혁입니다. 외국계기업으론 드물게 공채 문화도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IBM이 추구하는 기업가치가 있다면.

▶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리더를 육성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본사나 한국IBM 모두의 철학입니다. 신입사원 역시 글로벌 리더의 자질을 갖춘 이를 우선적으로 뽑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기회가 생깁니다. 전공불문하고 채용해 해외에서 장기간 교육시켜왔습니다. 지금도 한국IBM 직원들을 앞장서서 해외로 파견 보냅니다. IBM 말레이시아 지사에는 한국IBM 출신 2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인력을 해외로 수출해야 희망이 보입니다. 현재 청년층의 실업이나 좌절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만 해법은 역시 글로벌화뿐입니다.

한국내 고급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고용창출을 한다지만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창출하는 상황인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일자리가 생겨나도 매력이 떨어지는 분야이니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몫이 되죠.

최근 한 유명은행이 신입행원을 겨우 90명 뽑는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전체 인력을 따져보면 채용규모가 IBM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변화에 대응할 기초역량과 원천기술에 대한 리더십, 그리고 훌륭한 사람들이 중요할 뿐입니다.

◇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지난 1985년 공채로 입사해 27년간 한우물을 판 정통 IBM맨이다. 한국IBM내 영업과 컨설팅, 서비스 분야에서 요직을 거친 뒤 입사 20년만인 지난 2005년 1월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에 정식 취임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학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시스템 엔지니어(SE)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도 이채롭다. 문과 출신이더라도 IT 회사에 입사한 이상 기술분야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의 경험이 고객을 대할때 비즈니스와 기술의 결합을 통해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통찰력을 다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 사장은 2000년대 초반 한국IBM 글로벌서비스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서비스 사업을 현재 회사매출의 60%에 이르는 핵심비즈니스로 키웠다.

한국IBM 창립 40주년이던 2007년 소프트웨어솔루션연구소를 시작으로 이듬해 클라우드컴퓨팅센터 등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에 유치했다. 또 2009년 11월에는 인천 송도에 교보데이터센터/IBM 비즈니스파크를 완공했고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1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면서 IBM 내에서 한국IBM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고있다.

'오프더 레코드'를 지킨다면 기자와 '각 일병'은 할 수 있는 근성, 직설적 화법을 지녔음에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녔다.

■ 이휘성 사장 약력

△1961년생 △1984년 서강대 회계학과 졸업 △1985년 한국IBM 영업부 시스템 엔지니어 입사 △1997년 e-비즈니스 서비스 사업부장 △1999년 컨설팅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담당 실장 △2000년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사업 본부장(이사) △2001년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서비스 사업본부장(상무) △2002년 글로벌서비스사업본부장(전무) △2003년 글로벌서비스 사업 총괄 부사장 △2004년 영업 및 서비스 총괄 수석부사장 △2005년~현재 제 12대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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