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T의 씁쓸한 1년 농사

[기자수첩]KT의 씁쓸한 1년 농사

강미선 기자
2011.12.09 05:00

"1년 농사지은 게 한순간에 날아간 기분이에요."(KT 직원)

8일 오전. 예정대로라면 이날은KT(60,900원 ▲400 +0.66%)가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 전략을 발표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 KT 직원들은 새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설레임 대신 허탈함에 사로잡혔다.

올 들어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2세대(2G) 서비스 중단 계획이 전날(7일) 종료시간 6시간을 앞두고 법원이 이용자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보류됐기 때문이다.

KT는 가입자가 적은 2G 서비스를 종료해 그 주파수를 4G 서비스에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은 기업 논리 보다는 소수의 이익에 무게를 두고 이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삼수만에 어렵게 얻어내면서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그야말로 KT에는 '날벼락'이었다. 방통위도 당황했다. KT의 2G 종료가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기사를 미리 준비했던 기자들은 황급히 기사를 다시 써야 했다.

KT는 즉각 항고에 나섰지만 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 지, 마냥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KT의 한 임원은 "정말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1분 1초가 급변하는 시대. 특히 이동통신 등 IT 기업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미래를 내다보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피 말리는 전략을 짜내야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끌고 가야한다는 얘기였다. 특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과거에는 크게 들리지 않던 소수의 목소리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각종 1인 미디어가 쏟아지면서 소수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파급력이 크다. 기업 뿐 아니라 행정기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사태처럼 서비스 변경에 따른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과거에는 1년 걸렸을 일도 이제는 2년, 3년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

현재SK텔레콤(95,100원 ▼500 -0.52%)LG유플러스(15,840원 ▼210 -1.31%)의 2G 가입자는 각각 700만명, 900만명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2G 종료 실행계획은 없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하지만 이번 KT의 사례를 단지 경쟁사의 불운으로 봐 넘겨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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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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