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무역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으로 축제분위기였던 지난해 연말,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하나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에 대한 분석으로, 기술무역수지 적자폭이 더 커졌다는 소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는 48억5600만달러 적자였다. 2005년 29억달러 적자 이후 매년 적자규모가 커지면서 2008년에 30억달러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5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기술강국'으로 꼽히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2009년 기술무역수지가 158억2100만달러 흑자로, 양국의 격차는 200억달러 이상 확대됐다.
이는 상품무역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원천기술 수입 역시 커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어찌보면 전체 무역규모가 커지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결국 한국의 원천기술 경쟁력이 그만큼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냐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원천기술 강국'을 선언처럼 외치면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국가 연구개발 총괄을 위해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0년 야심차게 구성한 연구개발 전략기획단은 1년이 지나면서 유명무실한 조직이 됐다. 새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전년의 10% 수준으로 감소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또 기술개발의 핵심을 맡고 있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역시 최근 조직개편이라는 이슈에 휘말려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년간 표류하다가 겨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통합되는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그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각 부처, 해당 기관, 과학기술계, 정치권 등의 이견으로 제대로 진행될 지조차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기술계가 기술개발이 아닌 조직개편, 정치적 알력 등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순간에도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