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민간인 불법사찰 특종의 진짜 주역들

[광화문]민간인 불법사찰 특종의 진짜 주역들

신혜선 정보미디어부장
2012.04.03 05:00

공영방송 KBS 기자들이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쳤다. KBS 새노조원들이 파업기간 중 만든 인터넷방송 '리셋KBS뉴스9'를 통해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다.

리셋KBS뉴스9팀이 1일 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작성된 사찰문건은 481건, 그중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항목으로 분류돼 있는 것은 86건으로 나타났다. 연예인부터 언론인, 종교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청와대, 정치권, 그리고 물을 단단히 드신 정통 언론사들은 제 입맛대로 해석하기 바쁘다. 총 사찰문건 2837건 중 2356건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들어 "불법 민간사찰은 어느 정부도 자행했다"거나 "전 정부의 사찰 건수가 더 많은데 마치 이번 정부가 다한 것인냥 덤터기를 씌운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반대로 "불법이냐 합법이냐(공직자 대상 정식 정보기관의 사찰)가 핵심인데 청와대가 물타기를 한다" "전 정부의 사찰은 불법 민간 사찰이 아닌 공식적인 공직자 대상 감찰 내용이다"라는 주장이 맞서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우선 리셋KBS뉴스9팀에 경의를 표한다. 수수료 몇백원과 복사비 얼마만 들이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 요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세기의 특종을 잡아냈으니 기자로서 박수를 받을 일이다. 물론 그 대가는 '징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니 맘 아픈 일이다.

전 정부 역시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했는지 안했는지, 어느 정부가 더 많이 불법을 자행했는지는 누구 말대로 '다 까면' 될 일이다. 중요한 건 한건이 됐든, 한명이 됐든 민간인을 정부가 감시하고 사찰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당당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선생님께 "쟤가 저보다 더 많이 나빠요"라고 고자질하는 초등학생 꼴이다.

언론이 이번 사안의 '야마'(기사의 머릿글)를 자기 입맛에 맞게 잘 포장해도 그 효과는 과거 것만큼 누릴 수 없다. 이번 사안을 좌파, 우파로 나누며 열을 내는 '색동저고리파'도 밥값이나 벌지 모르겠다. 독자들의 눈과 귀는 더 이상 지면에, 화면에 고정돼 있지 않다. 인터넷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된 문건을 직접 찾아 읽고 직접 판단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사고친 자들'의 자중하는 모습은 눈 씻고 찾을 수 없다.

문득 민간인 불법사찰이 존재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하다 공개된 'KBS 최근 동향 보고'의 일부를 다시 읽어봤다.

'(김인규 사장은) 신속한 인사로 조직을 안정시켰으며…이병순 전사장 시절 임원 2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호남출신 백운기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화합 도모…인사실장 박갑진(포항출신), 보도본부장 이정봉(수요회 회장), 등 측근들의 주요보직 배치로 친정체제 토대 마련. 김인규 사장은 보다 신중하고 몸을 낮추는 자세 필요.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 이병순 전사장과 강동순 전감사의 지지세력이 여전히 존재하여 이들의 협조가 조직 안정 및 통솔에 필요하며, 수요회를 이끌고 있는 고대영 보도총괄팀장 등 측근들도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함.'

KBS 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김인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KBS 새노조는 왜 파업을 하게 됐을까. 리셋KBS뉴스9는 왜 만들어졌을까. 검찰 증거 자료로 묵혔던 이 자료가 왜 세상에 나오게 됐을까. '자신감이 지나친' 김인규 사장은 지금 사태를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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