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남궁훈 위메이드 공동대표 "일을 즐기면 반드시 기회온다"
지난 3월 취임한 남궁 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사진)는 잘나간다는 벤처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NHN 한게임 창업멤버로서 게임업계에 존재감을 뚜렷하게 심었고 돈도 벌었다.

CJ E&M으로 합병된 CJ인터넷(넷마블)의 전문경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위메이드로 합류한 남궁 대표는 '큰 실패경험이 없는 행운아'로 통한다.
하지만 세상에 쉽고 편한 것은 없다는 게 남궁 대표의 생각이다. 남궁 대표가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택시운전사와 관광가이드를 했던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남궁 대표 스스로 말하는 '인생을 바꾼' 첫 경험. 택시 운전은 너무 힘들었다. 밥도 못먹고 운전을 해도 5만여 원의 사납금을 못 채우는 날이 수두룩했다. 고참 선배들은 종일 고스톱을 치다 한 바퀴 돌고 오면 하루 벌이가 되는데 자기는 도대체 뭘 잘못하는지 손님을 못 태우고 빈차로 기다리기 일수고, 밥 때도 매번 놓쳤다. 택시운전으로 배운 교훈은 "아~ 남의 돈을 먹는게 쉽지 않구나"이다.
반면 1995년 제대 후 시작한 관광 가이드 아르바이트는 남궁 대표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게 했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없었다. 손님들과 같이 노는데 월급도 받고 팁도 받았다. 밥 한 끼 내 돈 내고 안 먹어도 됐다. 일이래야 입국신고서 작성 및 응급환자 후송 정도였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돈을 버는 게 쉽고 재미있을 수도 있고, 어렵고 죽을 맛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다. 남궁 대표의 결론은 '재밌게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였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선택한 일이 한게임 창업이다.
"처음 한게임을 창업했을 때 개발비용 및 회사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한게임 식구들이 개발한 PC방 관리프로그램을 팔러 하루에만 30~40곳의 PC방을 돌아다녔습니다. 다른 창업멤버들은 개발자였기 때문에 문과 출신인 저는 영업전선에 뛰어들어 개발비를 벌어야 했죠.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업주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고생은 남궁 대표가 '게임 마케팅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결정적 경험이 됐다. 수도 없이 PC방을 들락날락거리면서 PC방의 경영현실과 이용자들의 동향을 수집할 수 있었다. 한게임이 이용자들과 PC방 업주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제품을 수월하게 파는 영업실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스스로 '한 박자 늦었다'고 말하는 모바일 게임분야의 새 출발에 대한 남궁 대표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및 전략을 보여주는데 느낌이 확 왔습니다. 망설임 없이 합류를 결정했죠."
위메이드의 야심작 모바일게임은 조만간 5종이 연달아 출시될 예정이다. "지켜봐달라"는 남궁 대표의 표정에는 '개발은 개발자의 몫, 파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자신감이 그대로 나타났다.
- CJ E&M 퇴사 이후 공백이 있었는데 위메이드를 복귀기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 평소 모바일 쪽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위메이드가 온라인게임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고 공격적으로 모바일 전환에 나서고 있었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 빠르게 변하는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 1990년대를 주름잡던 PC통신이 사라질 줄 누가 알았겠나. 미래에 PC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모바일로 대세가 기울어 지고 있다. 기업은 이를 잘 읽고 이에 맞는 혁신을 꾀해야 한다. 위메이드가 이를 가장 잘 하고 있다고 봤다. 모바일 시대에 큰 폭의 성장을 함께 이루고 싶다.
- 위메이드를 창업한 박 의장과 기존 김 대표가 3각 경영을 펼치게 됐다. 역할분담은 어떻게 하나.
▶ 콘텐츠 개발 및 제작인 박 의장이 총괄한다. 김 대표는 인사재무 쪽을 담당하면서 중국 시장에 비중을 둔다. 나는 게임사업을 맡는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진출도 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할분담이 칼로 무 자르 듯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3명이 역할을 넘나들며 머리를 맞대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한다.
- 회사 주식을 사는 대표로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이 취임과 함께 대량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흔치 않다.
▶ 전문경영인이라는 게 상당히 애매하다.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지지만 성공과 실패에 따른 결과는 주주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 현금 자산 중에 상당한 부분을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려고 CJ E&M 재직 때도 주식을 매입했다. 이번에 위메이드 주식 6400주(15억원 상당)를 산 것 역시 책임경영으로 봐 달라. 또한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다.
- 최근 카카오와 위메이드의 협력이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
▶ 위메이드가 회사차원의 투자에 나섰고, 개인적으로도 수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DS에서 함께 나와 NHN 한게임을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대한 반응이 좋기도 했지만 김 의장에 대한 신뢰와 NHN 시절 유능한 인재들이 카카오에 몰려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메이드가 카카오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모바일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인터뷰 며칠 후 위메이드가 카카오에 200억 투자를 확정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위메이드는 사업 의존도가 중국시장에 있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잠재력이 크지만 규제 등 여전히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 국내 주요 게임기업들은 직접 중국법인을 설립하며 공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결국 5~6년만에 모두 철수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해외 기업들이 직접 들어와서 자국 시장을 넘보는 것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직접 중국에 들어가서 사업하는 것은 힘들다. 위메이드는 초기부터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을 맺고 콘텐츠를 수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 와서는 오히려 중국 게임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무서울 정도다. 탄탄한 자국 시장과 자본금을 앞세운 이들 기업은 이미 우리 중견 기업 및 기술력이 뛰어난 작은 스튜디오들을 인수하고 있다. 두려운 속도다. 우리는 정부에서나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이다. 기반이 되는 국내에서의 위치가 불확실한데 글로벌 경쟁이 어렵지 않겠나.
-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 역시 매력적이다.
▶ 미국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과거 NHN USA 대표도 했고, 해당 부문에 지인도 많다. 위메이드 안에서 내가 주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 매출의 반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국내 시장만 대상으로 해서는 성공 가능성이 적다. 미국 등 해외로 나가야 한다. 유럽 역시 매력적인 시장이다. 위메이드는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려고 한다. 우선 마케팅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강화해 해외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에게 위메이드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 최근 과도한 국내 게임규제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있다.
▶ 게임산업은 좋은 산업이고 성장시킬만한 산업이지만 역사가 짧아서 경영과정에서 미성숙한 부분이 있었다. 아울러 일부 게임의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를 규제한다고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내 게임사들이 사라지면 해외 게임들이 국내에서 그 자리를 차지할 뿐 국내 게임 부작용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과거에도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과거 이 같은 규제만 없었어도 국내에 뽀로로 같은 캐릭터가 수십개가 나왔을 것이다. 최근의 규제는 한국 게임산업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도전하는 후배들 입장에선 남궁 대표는 부러움의 대상일 것 같다. 큰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고, 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식이다.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 졸업 당시 PC통신이 재미있어서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게임 창업에 동참했다. 이후 계속 게임산업에 푹 빠져있다. 모두 다 성공했다고 할 수 없지만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 같은데.(웃음) 시대적 흐름 및 좋은 동료 등 운이 따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IT 문화에서는 미치도록 재미있는 일을 할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일을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 성공은 쫓으면 쫓을수록 멀어진다. 일을 즐기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한게임 창업 당시 PC방 영업을 전전하면서도 이를 즐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성공을 맛볼 수 있었다. 후배들 역시 단순히 "성공하겠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자신의 업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 후배양성이나 사회공헌 등에 대한 계획이 있나.
▶ 실은 위메이드 합류 제안을 받기 전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교육사업이다.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임과 교육을 접목해 우리 사회에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학을 안 가도 취업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산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게임 관련 고등학교를 창립해 게임업계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싶다. 국내 게임업계와 게임산업 취업을 꿈꾸는 친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위메이드 합류로 다소 시간이 늦어졌지만 향후 꼭 게임업계와 우리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 남궁 훈 사장은
1972년 서울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삼성SDS에 입사해 PC통신서비스 유니텔 파트에서 근무하다 상사였던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과 의기투합해 이듬해인 1999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김 의장과의 친분을 계기로 지난해 카카오에 개인자격으로 수억원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총 250억원을 카카오에 투자한 위메이드 공동대표로 취임함에 따라 향후 양사의 협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한 IT벤처 1세대로서는 드물게 인문계열 출신이다. 인터넷게임 산업 초기 인문학적 관점을 토대로 한 사업방향 설정 및 운영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통합법인인 NHN에서 게임총괄 및 NHN USA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8년 9월 퇴사 이후 1년에의 공백 이후 2009년 12월 CJ인터넷(현 CJ E&M 넷마블)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수억 원 가량의 회사 주 매입을 단행, IT벤처업계에서 '책임경영'을 실현한 전문경영인으로 화제에 올랐다.
대표 취임 이후 1년만에 CJ인터넷이 CJ E&M으로 통합되면서 등기이사로 재직하다가 2011년 3월 퇴진했지만 올해 다시 위메이드 공동대표로 취임하면서 다시 게임산업에 복귀하며 주목받고 있다.
산악 바이크 등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로 잘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