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십자군 알바'·'보도사진 조작' 등 우려…건전한 사이버 여론조성 '걸림돌'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헌번재판소 판결에 따라 인터넷과 SNS 선거운동 전격 허용과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 열린 첫번째 선거전이다.
이에 따라 열린 공간을 통해 그동안 법적 규제로 위축됐던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인터넷 여론은 이번 대선구도의 향방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주목을 받았다.
여야 진영 모두 SNS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등 인터넷 여론전쟁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네티즌들은 댓글과 SNS를 통해 각자의 정치적 소신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사이버 공간이 어느 선거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우려했던 부작용도 속출했다.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마타도어)를 비롯해 의도적으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이달 초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오피스텔 SNS선거운동 조직'이 대표적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월 말부터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서 사무실을 차린 뒤 직원 7명을 고용해 인터넷과 SNS 등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글을 올리고 경쟁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확산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불법 선거운동의 총 책임자는 이른바 여론조작을 위한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을 모집·운영해왔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대됐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정치 댓글 알바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정치적 목적에서 언론사의 사진조작까지 발생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이 8일 촬영한 특정 후보의 유세 사진이 조작돼 인터넷과 SNS에 유포됐던 것. 교묘한 합성을 통해 군중사진을 부풀렸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 중이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객관적인 기록물마저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외에 '국정원의 조직적 댓글조작' 논란 역시 뜨거웠다. 반대편 진영에선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주장하며 반격했다. 하지만 진실여부를 떠나 현재 사이버 여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어느 정도 팽배한 지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 첫 시도된 인터넷 선거혁명 실험은 결국 각종 인터넷 마타도어와 음모설로 얼룩진 채 좌절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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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인터넷 여론조작의 형태가 상대방에 대해 일방적으로 욕설, 비방 댓글을 다는 등 수준이라면 이번에는 마치 상대후보 진영처럼 가장해 욕을 먹게 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사이버 여론조작은 여론 자체를 왜곡하고 불신감을 조장함으로써 제대로 된 민의(民意)를 정치에 반영시키는 사이버 민주주의 실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SNS 선거운동 허용에 따라 앞으로도 이같은 사이버 여론조작 시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수법 역시 교묘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이버 여론조작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책을 내놔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일방적인 통제는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시민사회의 감시와 인터넷의 자정능력이 작동될 수 있는 제도적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공간을 규제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인 발상으로 자칫 역풍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책임 있는 시민사회에서 스스로 감시와 자정이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도 "알바에 의한 댓글 등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스로 외면당하고 말 것"이라며 "인터넷을 무조건 규제하기보단 건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인터넷에 더욱 투영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