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벤처 활성화는 質的 창업확대 생태계조성부터"
원소 주기율표와 세계사 연대기 표, 그리고 중용(中庸)이란 붓글씨. 경기도 판교의 테크노밸리에 있는다산네트웍스(4,735원 ▼365 -7.16%)의 남민우 대표실은 다른 CEO(최고경영자)와 다른 것이 방문객을 맞는다.
"원소주기율표는 우주만물을 설명하고, 역사는 통계자료의 종합으로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며,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남 대표. 지난 2월10일, 10대 벤처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박근혜정부가 핵심과제로 제시한 '창조경제'의 전도사로 하루 24시간을 30시간 이상으로 쪼개 쓰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코스닥시장 정상화"라고 강조하는 남 회장을 만나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창조경제='Beyond Innovation 경제'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인 창조경제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다. 무엇이 창조경제인가?
▶창조경제는 시장에서 창조가치가 존중받고 극대화되는 경제다. 창조경제는 짝퉁(카피)경제나 하청경제가 아니다. 기존 기술과 아이디어, 가치를 따라가는 추도형(Following)경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가치가 존중되는 선도형(Leading) 경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존 가치를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창조경제에 포함된다. 싸이가 유튜브라는 기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장에 자신의 가치를 알린 일이 대표적이다. 창조경제는 일종의 '혁신경제'로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창조경제가 혁신경제의 짝퉁이냐?' 그건 아니다. 창조경제는 '비욘드 혁신경제'다. 창조가치가 혁신가치보다 중요시 돼야 한다. 브랜드와 특허 등 무형자산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창조한 것이 쉽게 경제적 가치로 만들어지는 환경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를 어떻게(HOW) 실천해야 하나?
▶창조경제는 벤처경제와 같다. 벤처경제는 어떻게 해야 양적이 아닌, 질적인 창업을 하는가가 관건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창업하려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와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기업에 입사하려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에 매달려 있다. 질적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융자가 아닌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창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의 소규모 자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엔젤투자는 벤처붐 당시인 2000년 5493억원에서 2011년 296억원으로 10년 사이 크게 줄었다. 이를 다시 50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 엔젤투자자를 양성하고 자금도 확충해 벤처투자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인수합병(M&A) 전용 거래소를 만들고 M&A 때 양도세 문제 등도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코스닥시장 정상화'다. 현재 코스닥은 벤처 자금 조달 역할이 거의 마비됐다. 코스닥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줄고 있는데, 이는 좋은 기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코스닥에 가려하지 않아서 그렇다. 코스닥 정상화 없이는 벤처와 벤처캐피탈 생태계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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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넥스를 만들려고 하는데, 금융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 산업계 논리로 매니지먼트 해야 한다. 코스닥을 코스피에서 분리해서 벤처투자 전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창업인력은 어떻게 육성해야 한다고 보나?
▶중기청과 벤처기업협회 등에서 다양한 창업자 발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창업가 발굴 프로그램인 '슈퍼스타V'는 중기청 주최의 실전 창업경진대회로서, 수상자들에게 우승상금을 수여하고 창업 자문과 시제품 제작비 지원 등 초기정착을 돕는다. 정부, 민간, 학교 등에서 창업 스타 발굴 및 창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적 창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창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력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만 지원하는 분위기에서는 한계가 있다. 똑똑한 인력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창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환경 개선, 그리고 창업 지원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창업을 쉽게 하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 조성 절실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재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해보는데...
▶창업 시 연대보증 없애고 융자 아닌 투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연대보증은 창업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친지까지 빚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며 창업 열기와 패자부활전을 가로막는 제도로 꼭 철폐해야 한다. 또 투자자금 조달 방식이 융자보증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회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융자보증은 위험부담이 크고 초기 투자 유치가 어려운 창업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
10개 가운데 1∼2개만 성공하는 것이 벤처다. 투자 받아 실패하면 재도전 할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 연봉 2000만∼3000만원 주면서 창업에만 몰두하게 하는 '인턴창업제도'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엔젤투자 시 100% 소득공제도 해줘야 한다.

-과거 벤처에 ‘묻지마 투자’했던 벤처버블이 있었다. 벤처투자가 붐을 이루려면 과거 실패했던 경험을 답습해서는 안 될 텐데.
▶'관리된 벤처거품(Managed Venture Bubble)'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반복 안하려면 '매니지먼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도 벤처버블 거치면서 현재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이 381개나 나올 수 있었다. 이들 벤처기업 매출액이 약 78조원으로 재계 순위 6위에 해당된다. 고용 인원은 13만명에 이른다.
또 벤처기업 전체로 보면 총 180조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66만명의 직원을 고용함으로써 재계 1위인 삼성 그룹 다음으로 큰 집단이다. 벤처는 대기업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약간의 거품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무서워해 벤처 자체를 부정한다면 더 이상 희망도 없다. 제 2의 벤처 붐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의 수요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벤처기업들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3개월 또는 수시로 납품단가 인하(CR; 코스트 리덕션)를 하는데 이를 최소 1년 단위로 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 경영자도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고 연구개발(R&D)도 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지멘스 등 글로벌 회사들과 거래를 해보니 거래관행과 계약관계 등 글로벌 스탠더드가 국내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거래관행도 글로벌 표준을 향해 가야 한다. 우리 경제를 하청경제라고 하는데,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의 과실을 위에서만 독점하기 때문이다. 일부 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우리 경제 가치사슬이 다시 정립돼야 한다.
◇'황철주 법' 제정은 양날의 칼, 협력관계 만드는 게 중요
- 중기청장으로 내정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달 주식백지신탁 때문에 중기청장 직을 사임했다. 현직 기업인이 관직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는데...
▶(기업인의 관직 진출은) 각자의 선택이고 그 선택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업인이 공직에 뛰어드는 건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기 쉽지 않다고 본다. 때로 이런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공직자와 기업인이 각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공직은 원칙적으로 오랫동안 그 일을 해왔던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고 본다.
황 대표가 중기청장이 됐다면 나 역시 잠정적으로 공직을 맡을 수도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책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황 대표의 사임은 결국 '(공직은) 기업인이 쉽게 갈 수 없는 자리구나'를 알려준 셈이다. '황철주법' 제정 움직임도 있는데, 그게 꼭 긍정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양날의 칼'이다.
-벤처 철학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새 정부가 시대가치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향 설정을 했다고 본다. 창업을 활성화 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벤처기업협회도 박근혜 정부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이번에 출범한 '창조경제벤처포럼' 등을 통해 벤처인들의 창조경제 철학도 공유할 계획이다.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 벤처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
▶국내 통신장비 분야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은 다산네트웍스는 운과 맷집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운과 맷집을 모든 기업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 기업 환경은 대기업과 중견·중소 협력사들 간 갑을관계의 수직적인 거래관행으로 벤처기업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성장을 지속하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데, 취약한 국내시장 기반에서 해외시장 개척까지 막대한 돈을 쏟아 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안으로 병들고 있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업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근본적으로 기업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창업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의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가 정신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임기 동안 잘못된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