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 위기입니다. 디지털 전환에 2조2000억원을 썼는데 법에 명시된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한국방송협회 관계자)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와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지상파가 평소에 주장하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포기하겠는 말 아닌가요."(케이블방송 관계자)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 등을 놓고 해묵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가 최근 연이어 성명서를 내놓으면서다.
협회측은 온라인과 유료방송사들과의 광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정위기에 봉착,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억원대에 그친 데 이어 올해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그 대안으로 '(KBS에 대한)수신료 현실화'와 '중간광고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에 디지털 전환 의무를 부여하면서 2008년 디지털전환특별법을 통해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을 통한 재정지원을 명시했지만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 법안은 올 연말이면 실효가 만료된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만 바라본 모습이다. 100% 공영방송인 KBS에 대한 수신료 인상은 국회와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몇 년째 논의만 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전 정부(옛 방통위)에서조차 KBS 수신료 인상을 찬성하는 조건으로 '광고를 없앨 것을 전제로 한 자구노력을 제출해야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이 원론적으로는 타당하다해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간광고의 도입 등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방송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에게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셈이니 경쟁 방송진영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 경쟁의 균형을 고려해야하는 정부가 지상파 방송만 걱정해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아무리 내 손톱 밑이 아프다고 하지만 국내 방송 시장 전체의 규제환경이 어떻게 막혀있는지부터 따져 봐야하지 않을까. 방송법에서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과 책임을 감안할 때 "유료방송과 동일하게 규제 해 달라"는 구호가 안타깝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