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답없는 질문 많아진 시대, 아방가르드 음악이 필요해"

단독 "대답없는 질문 많아진 시대, 아방가르드 음악이 필요해"

김고금평 기자
2014.05.16 05:25

[인터뷰]가수 김창완···22일 신곡 발표 "세월호 참사 계기, 음악이 위로가 되는가"

두개의 자아. 하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을 예술가들은 얼마나 고대하고 있을까. 김창완은 다소 파격적인 신곡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한 두 개의 자아를 만났다"고 했다. /사진제공=이파리엔터네이니움
두개의 자아. 하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을 예술가들은 얼마나 고대하고 있을까. 김창완은 다소 파격적인 신곡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한 두 개의 자아를 만났다"고 했다. /사진제공=이파리엔터네이니움

얼굴은 꽤 까칠해지고 몸도 홀쭉해졌다. 환갑의 나이에도 젊은 스타못지않게 뛰어다니는 바쁜 일정 때문에 생긴 변화만은 아닌 듯 했다. 그에게도 ‘세월호 참사’의 충격은 빗겨가지 않았다. 전국민을 ‘우울 모드’로 변화시킨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그는 위안과 위로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짚었다.

가수 겸 배우 김창완(60)은 그렇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었다. 지난 14일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 나선 그는 ‘대답없는 질문’이라는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을 빌려 참사를 계기로 되돌아본 우리 삶을 이야기했다.

“이미 답이 정해져있는 건 늘 똑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지요. 답이 있다는 건 우리가 몰랐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는 의미 아닌가요? 답을 모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은 계속되는 거예요. 우리가 스스로 변해야한다는 강박 증세, 머물러 있어야한다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것에 대한 반성의 기회는 대답없는 질문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의 ‘대답없는 질문’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의 태도로 이어졌다. 음악에 대한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건 위무의 의무를 지닌 뮤지션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경고’이자 ‘반성’이기도 했다.

김창완 /사진제공=이파리엔터테이니움
김창완 /사진제공=이파리엔터테이니움

김창완은 아침 라디오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면서 영국밴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Fix You)’를 수없이 들으며 세월호 참사로부터 위로받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루지 못했을 때/눈물이 당신의 뺨에 하염없이 흐를 때/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요/~/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어줄 거예요/그리고 당신의 저 깊은 곳까지 밝혀줄 거예요/내가 당신을 온전하게 해줄게요~’(‘Fix You’ 중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깊이 가늠하지 말라고 충고하듯 건네는 노래로 그는 읽고 해석했다. 그가 지난 달 발표한 세월호 추모곡 ‘노란 리본’도 ‘너를 기다려/니가 보고 싶어/너의 웃음이 너의 체온이 그립다’고 노래했다. 위로에 대한 강요나 감정의 절제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적시했을 뿐이다.

“산울림 시절의 이별이라는 건 감정이 절제 돼 있었죠. 그러나 어디 이별이 녹록합니까. 나이가 들어도 이별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일 수밖에 없지요. 산울림 시절의 관조적 태도는 이제 감정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측면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대원 화백은 나이 들수록 더 밝은 색을 고집했고, 모리 교수는 죽기 일주일 전에 ‘저 쪽창의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아느냐’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감정은 그렇게 더 미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는 김창완은 3년 전부터 기타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틈틈이 곡을 만든다. /사진제공=이파리엔터테이니움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는 김창완은 3년 전부터 기타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틈틈이 곡을 만든다. /사진제공=이파리엔터테이니움

이제 음악가는 어떻게 노래해야할까. 그리고 또 어떻게 대중을 위로해야할까. 김창완은 “이제 예술가들은 무력해지고,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전후의 예술들이 대부분 아방가르드한 모양새로 변모했잖아요. 기존의 음악으로는 위로가 안된다는 사실을 긍정해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 시대는 그래서 아방가르드를 필요로 해요. 이젠 어떤 노래도 위로가 안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해요.”

김창완이 오는 22일 발표 예정인 신곡 2개는 그런 의미에서 ‘아방가르드적인 형식과 내용’을 차용하고 있다. 미리 들어본 수록곡 중 ‘E메이져를 치면’은 제목에서부터 파괴의 흔적을 담았다. 음악가가 음악을 노래하면서 정작 음악 얘기를 빼는 게 ‘정상’으로 수용됐던 흐름에 가하는 반격인 셈. 이 노래 가사는 모두 기타에서 주로 쓰는 코드 얘기를 집어넣었다.

가사엔 ‘E메이져를 치면 늘~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F# 마이너를 치면 왜 그녀의 집으로 가던 육교가 떠오를까~’하는 식으로 코드를 통해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는 독특한 이미지 결합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코드로 입힌 가사에 맞게 선율에 적용되는 코드 역시 동일하다. 이 노래에선 코드는 있지만, 멜로디가 없다. 김창완은 음의 고저 대신 음의 여운과 감정을 살리기위해 내레이션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 가사를 썼을 때, 몇 년만에 후련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성 음악으로는 깰 수 없었던 위무의 경계를 깼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갖게 됐다”고 했다.

“음악가들이 하는 선율이나 대위법 같은 공부를 전 일부러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전위적인 것을 만들 실력도 안되죠. 늘 낯선 길을 여행하듯 음의 진행과 화성들을 더듬어 가는 편이에요. 그런 여행 중에 아주 재미난 이방인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처음 보는 이에게도 잘 늘어놓는 그런 이방인같은 곡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또다른 자아에게 건네는 소통이라고 할까요.”

그 소통은 어쩌면 김창완으로 시작해, 김창완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변함없이 들어온 식상하고 질린 그간의 소통과의 단절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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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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