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BS의 주인은 시청자다

[기고]KBS의 주인은 시청자다

김경환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2014.05.27 05:30
김경환 상지대 교수
김경환 상지대 교수

국민들의 관심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쏠린 가운데 KBS 보도국장이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KBS 사장의 보도개입과 정치 편향적 뉴스제작 지시를 폭로함과 동시에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KBS에서 발생했다. 가히 충격적이다.

KBS 보도본부 기자협회가 이번 사태의 핵심 장본인인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뉴스제작을 전면 거부하고 있고 보직자는 물론 일선 제작자까지 길 사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KBS내 노동조합은 길 사장의 사퇴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을 지키지 위해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KBS 보도국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 KBS 보도에 대한 정권의 개입 정황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8일 길 사장이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대표의 발언 자막과 해양경찰청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내용은 삭제하도록 지시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는 보도 순서를 앞으로 당기도록 함으로써 정권에 유리한 보도개입을 해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기자협회에 따르면 KBS 보도국에서는 길 사장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가편집을 만들어 보여주고 실제 방송에서는 다른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는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졌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의를 왜곡해 논란이 일었다. 이번 KBS 사태도 방송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민의를 왜곡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KBS 사태를 단순히 KBS 내부의 문제로 치부해 사장 퇴진이나 청와대 담당자의 적당한 해명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곤란하다.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들이 도탄에 빠졌다. 세월호 침몰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월호 침몰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국가 발전의 맹목적 가치로 신봉해 온 대한민국의 감춰진 치부가 만천하에 드려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월호 침몰은 성장제일주의가 초래한 국가적 참사다.

사회 전체가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요구받고 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영방송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며 뭇매를 맞았다. 최근에는 소위 땡전뉴스에 버금가는 뉴스들이 버젓이 메인뉴스에 방송되고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영방송 보도국장이 "(KBS 보도에서) 새 정부 출범이후 대통령 비판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할 정도다.

박 대통령은 취임초 "야당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를 외쳤다. 하지만 이처럼 KBS 기자협회 등에서 청와대가 KBS 보도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청와대는 더이상 침묵하지 말고 현재 제기되는 보도 및 인사 개입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 KBS에 대한 정치적 개입 시도가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역시 KBS가 이번 사태로 정권에 부역하는 방송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보완에 착수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KBS 사태는 정치권력에 순응한 공영방송의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참사이기도 하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의 보장과 정치적 예속이 반복되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KBS 내부의 직원들은 개개인이 자신의 직업윤리와 양심의 자유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한다. 권위적인 조직문화는 필연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용이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권력의 방송 장악이 횡횡하고, 언론인이 해직되는 사태가 줄을 잇는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정치권의 집요함도 있지만 공영방송 내부에서 정치의 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쇠퇴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KBS 내부의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사회적 감시기능이라는 차원에서 정치의 언론장악은 너무나 폐해가 크다. KBS는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아니다. KBS의 주인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다. 이번 사태가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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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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