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남녀간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젠더혁신'(Gendered Innovations)을 뜻한다. 남성 중심의 연구 풍토가 만들어낸 우리 R&D(연구개발)의 어두운 단면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국립과학재단, EU(유럽연합)가 공동 추진한 '젠더혁신' 활동은 의료·환경 등 20여개 분야에서 '여성'이란 성 정체성이 빠져 겪게 되는 연구성과 부작용을 고발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돱자동차 충돌 실험 시 제조사는 대부분 남성 인형을 통해 안전성 실험을 진행하므로 비슷한 충돌사고가 실제 발생할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47%가량 더 큰 부상을 입는다돲고 말했다. 이는 골밀도가 남성보다 낮고 뼈가 작은 여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다. 심장병의 경우도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여성 증상에 그대로 적용해 진단 오류가 많다.
젠더혁신은 해외 선진국에서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EU는 총 60명이 넘는 연구전문가들로 구성된 '젠더혁신위원회'를 2011년에 조직, 젠더 차이를 고려할 때 연구 분야 성과가 어떻게 확장되고 달라지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연구했다. 이 위원회는 주변 환경과 남녀가 서로 다르게 교감한다는 관측결과를 토대로 노인을 위한 보조공학기술 산업도 더 큰 발전을 이뤄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줄기세포 치료법도 남녀가 달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이런 추세를 이해하고 따라가지 않으면 국제공동연구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이미 EU는 올해부터 주요 연구비지원정책인 국제공동연구사업 '지평(Horizon) 2020' 지원 연구자가 연구 설계시 성별을 고려했는지, 연구원간 성비 균형을 이뤘는지 등을 연구과제 선정·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네이처 등 국제과학학술지도 연구논문에 젠더요소를 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젠더분석은 또 하나의 시장을 창출한다. 예컨대 약물독성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 시장도 성차를 고려할 때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지식 자체가 새 산업과 시장을 만드는 요즈음이다. 우리 과학계도 젠더분석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