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업어키운 中게임, 때려키운 韓게임

[기자수첩]업어키운 中게임, 때려키운 韓게임

홍재의 기자
2014.09.29 05:00

그야말로 알리바바 신드롬이다. 국내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보다 생소했던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한 뒤 알리바바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상장 첫 날 시가총액은 페이스북을 넘어 인터넷기업 중 구글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연매출 8조4000억원의 알리바바는 중국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번 상장으로 얻게 된 투자금으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를 논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경쟁사가 텐센트다. QQ메신저, 위챗 등을 보유하고 있는 텐센트는 전세계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알리바바를 능가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라이엇게임즈 최대주주는 텐센트다.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가 텐센트이며 넷마블의 3대 주주가 텐센트다.

10년 전만 해도 텐센트는 한국 게임 덕에 성장하는 회사 정도로 여겨졌다.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은 국내 게임업계가 개발한 주요 게임을 중국에 유통시킨 대행사 정도로 인식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텐센트가 중국의 자국 게임사 보호 정책을 등에 업고 이제는 한국 IT산업을 쥐락펴락하는 거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을 길러내는 사이 국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포털회사 네이버는 공정거래 이슈로 엄청난 질타를 받은 뒤 일부 사업 부문을 포기했고 게임 산업은 고사위기에 몰렸다. 최근 뜨고 있는 배달앱은 중소상공인을 피를 빨아먹는 절대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 IT업체는 부모로부터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만들어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부상했고 지난해 말 적자위기에 내몰렸던 모바일게임 기업 컴투스는 30%대였던 해외매출 비중을 60%로 끌어올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세를 찾았다.

온갖 규제와 삐딱한 시선으로 활력을 잃은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에서 살 길을 찾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의 홀대가 오히려 국내 IT기업의 해외 성공을 도왔다"라는 씁쓸한 농담까지 흘러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해외 성공 사례는 이들 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비즈니스 실험과 경쟁이 촉발돼야 할 안방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까닭이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의 발목을 붙잡는 한국 정부와 자국 회사를 든든히 지원해주는 중국 정부간 인식 차이가 전세계 IT패권 경쟁의 구도마저 뒤바꿀 태세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 게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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