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마케팅費 축소↓ 수익 상승↑'… "요금제 비례 지원금 지급, 시행 초기 소극적 불가피하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이통사만 배불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통사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의 핵심은 단통법 시행으로 과도한 가입자 확보 경쟁이 사라지고 불법 보조금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단통법 시행에 따라 올 하반기 이통사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이통 3사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총 18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했던 보조금 상한선(27만원)을 넘어선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같은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가 자취를 감췄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일주일간 신규 가입자 수는 9월 평균에 비해 58%로,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46.8%로 각각 줄었다. 하루 스마트폰 판매량도 법 시행 이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단말기 제조사와 유통점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마케팅 비용이 줄다보니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이통 3사는 주변의 곱지 않은 눈총(?)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지역과 시간에 차별 없이 모든 이용자들에게 동일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2만~5만원제 요금제에 대해서도 고가요금제에 비례한 지원금을 반드시 주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중고폰 이용자들에게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해줘야 한다. 때문에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잘못됐다는 것.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보조금 전쟁이 일부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가요금제 가입 조건으로 일부 유통경로를 통해 진행돼 온데다, 평상시에는 지원금을 줄이곤 했다"며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전 요금제에 비례 지원금을 줘야하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 초기 지원금을 확대하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원금 100억원이 있다면 100만명 중 30만명에게만 줬다면, 현재는 100만명 모두에게 줘야하기 때문에 지원금 부담액이 곱절 필요하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통법 시행 초반부터 단말기 지원금을 높게 책정할 수 없었다는 이유라는 것.
독자들의 PICK!
무엇보다 지원금이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행 일주일만 잘라내 과거 불법 보조금이 횡행했던 특정 기간을 비교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논란이 오히려 정부 정책당국의 준비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지적이다. 실제 준비 막판 보조금 공시 정책 현안 조율에만 올인 한 탓에 단말기 가격과 통신 서비스 요금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지수를 낮출 기회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통신 분야 한 전문가는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통과 6개월 만에 단통법이 무리하게 시행 돼다 보니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평했다. 정부가 충분한 물리적 시간을 갖고 통신사의 요금과 단말기 가격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 뒤 법률안을 시행했어도 늦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 완화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서비스 요금 인하분으로 흡수하는 정책이 뒷받침됐어야 한다"며 "단통법의 정착 여부는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조기에 이뤄짐으로써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느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