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해외 데모데이엔 한국계VC만 북적?

[기자수첩]스타트업 해외 데모데이엔 한국계VC만 북적?

방윤영 기자
2014.10.29 10:30

요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지원도 많아졌다. 억 단위의 지원금에서부터 해외 IR(기업발표) 자리 마련까지 지원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 한국에서도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 사례를 만들어보자며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런데 스타트업(초기기업) 사이에서 해외 IR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기관이 주최한 미국 IR 행사에 참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며 "사실상 한국인들의 축제였다"고 말했다. 당연히 해외 현지 VC(벤처캐피털)을 만날 줄 알았는데 온통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사위원 10명 중 9명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 VC였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VC 사이에선 "매년 9~10월은 때가 되면 돌아오는 고액 알바 기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해외까지 나가 한국인밖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스타트업에게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해외 현지 VC를 섭외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지에 한국보다 아이디어와 사업성이 좋은 스타트업이 널려 있다. 바쁜 해외 VC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올 유인이 적은 것이다. 한국계 VC라도 섭외해 한국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주려 노력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의 노고도 치하할 만하다.

그러나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IR이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암묵적인 투자 원칙이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는 비행기로 1시간 내에 찾아갈 수 있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만나는 투자자마다 '본사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투자한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한국은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극찬하면서도 정작 투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VC에게 투자받기가 어려운데도 매년 수차례 개최되는 해외 IR에 대해 전시성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쯤 되면 해외 IR에 예산을 낭비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내년도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8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7조1000억원)보다 17.1%으로 대폭 늘었다. 창조경제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 중 미래창조과학부의 예산은 3조507억원으로 증가폭(4288억원)이 가장 높다.

어느 창업관련 정부기관은 "다음해에는 해외 IR 행사를 올해보다 무조건 더 많이 잡아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직 내년 해외 IR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안 세웠지만 예산안은 2배 이상 불어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돌아가는 '해외 진출' 효과는 거의 없고 해외 한국계 VC 섭외비나 행사 대행비 등으로만 돈이 새어 나가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다.해외 IR이 전시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해외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스타트업과의 소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