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아이폰6'가 국내 출시된 지난 금요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팀 쿡이었다. 그가 칼럼을 통해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한 것.
팀 쿡이 게이라는 얘기는 그동안 소문에 그쳤을 뿐 스스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내가 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다양한 사건사고를 접하며 웬만한 것에는 덤덤한 강심장이 됐지만, 그의 발언은 꽤나 놀라웠다. 팀 쿡은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미뤄왔다는 걸 깨달았다"며 성적 소수자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팀 쿡의 발언에 일부에서는 아이폰에 혁신 이미지가 더해져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반(反)동성애 정서가 팽배한 곳에선 오히려 애플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 실적 주판알을 튕기거나 성적 취향을 논하기 전에 소수자를 위한 발언을 CEO가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와 용기를 먼저 보는 것은 어떨까.
유명인들 중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패션·문화·연예계 인사 등에 한정돼 왔다. 팀 쿡이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동성애를 스스로 공개한 첫 CEO로 기록되는 이유다.
개성을 존중하는 서구권에서도 기업인이 '남과 다름'을 드러내는 게 쉬운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 어떨까. 얼마전 만난 한 외국계 한국법인 임원은 한국에서 소수자를 위한 사회문화운동을 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동성애로 고민하고 사회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 성소수자를 도우려는데 함께 할 한국기업이 없다는 것.
그는 "동성애 지지운동이 아니라 성정체성을 고민하며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돕기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인데 한국기업들은 동성애 지지로 비춰져 당장 제품 불매로 이어질 것이라며 모두 몸을 사렸다"고 말했다.
애플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주요기업은 매년 6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해오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그런 문화활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단지 동성애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인종, 성별, 장애 등 사회 각계 소수자를 끌어안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전세계 구글의 직원 복지를 총괄하고 있는 이본 아제이(Yvonne Agyei)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구글을 이용하는 소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 중에 그런 소수자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채용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면서 개방적 문화로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해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CEO의 커밍아웃은 바라지도 않거니와 각계 각층의 소수자를 바라보는 CEO의 시각만이라도 '커밍아웃' 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