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 세계 10대 과학전시관 중 하나인 '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를 들렸다. 내부에는 미래 친환경 농업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물공장(Plant Factory)' 모델이 작은 규모로 구축돼 있었다. 최근 연구 트렌드를 반영한 전시물들도 곳곳에 잘 꾸며져 있었다.
이곳 센터는 '방과 후 학교'와 같은 대체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운영중인 '왓슨(WATSON) DNA 학습랩', 'DIY(Do It Yourself)랩' 등의 연구실에서 재미난 체험학습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센터에서 만난 초등생인 두 자녀를 둔 한 직장맘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때 너무 늦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이가 오히려 학습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 현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말 기준 117개에 달하는 국내 과학관은 전시물들 대부분이 낡고 오래돼 더 이상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바뀌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새로운 전시물의 개발, 제작 실적도 매우 부진하다.
싱가포르 뿐 아니라 과학 선진국이라 평가받는 국가들의 과학전시관은 사뭇 다르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과학미래관에는 11개의 연구소가 있다. 방문객들은 연구소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들의 연구를 직접 보고 함께 얘기도 나눈다. 연구원들은 의무적으로 하루 3번 방문객들과 진행중인 R&D(연구개발) 과제를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한다.
1931년 12월 개관한 영국 과학박물관은 2007년 대대적인 재설계 작업을 통해 1년에 4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곳은 2016년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진행중이다. 21세기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양방향 과학교육 소통 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지난 10월 방한했던 다니엘 로이 아시아태평양과학관협회 부회장은 "과학관이 사회 변화에 발을 맞추고 지속적인 영향과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과학관으로 탈바꿈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관의 숫자나 전시 프로그램 질은 한 나라 기초과학 수준의 척도다. 우리나라도 '학교 밖 과학교육'의 중심기관인 과학관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