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패소·시민단체 집단손배소 압박에 따른 고육책…'증거인멸, 도주" 수사차질 우려도
KT(60,400원 ▲1,100 +1.85%),LG유플러스(15,790원 ▲170 +1.09%),SK텔레콤(77,800원 ▼400 -0.51%)통신 3사가 수사기관 통신자료(신상정보) 제공 여부를 요청한 고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관들은 비상이 걸렸다. 종전의 관행대로 수사를 할 경우 차질이 벌어질 수도 있다.
◇통신사, 수사기관 정보제공 사실 공개 시작 왜?
11일 통신 업계 및 시민단체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이번 주부터 고객들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수사기관 정보제공 사실 여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법원 판결 이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 제공 공개 요구에 응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SK텔레콤마저 수사기관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공개키로 결정한 데는 지난달 관련 항소심 패소가 결정적이다.
1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고객들의 신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는지를 해당 고객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20만~3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통신 3사는 대법원 상고절차에 들어갔지만, 1, 2심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던 만큼 최종심에서 그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이런 선택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집단소송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참여연대와 오픈넷은 후속 손배소 소송인단을 모집하면서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현재 집단 소송 제기 차원에서 우선 통신 3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사기관에 자신들의 정보 제공 여부를 확인하자는 '알권리 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통신 3사 법무 관계자들이 이달 5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요청 및 관련 법정소송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번 기회에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특단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는 현재로서는 이용자들의 자료 공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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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증거인멸 등 막대한 수사차질" 우려도
통신 3사의 수사기관 통신자료 현황 공개에 사실상 공식화되면서 수사기관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범죄사고 발생 시 내사 단계에서 용의자들이 수사 대상 포함 여부를 즉각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내용이 당사자들에게 알려지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종결 전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려주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신자료 제공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감청(통신사실확인자료)과 달리, 법령(전기통신사업법)에 당사자 고지절차 등 관련 규정이 아예 없는 근원적 문제가 있다.
즉, 법원 판결에 따라 통신사들이 고객 요청이 들어올 경우, 자신들의 의무 보관기간인 1년 이내 수사기관 자료제공 현황은 모두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대해 수사기관이 막을 뚜렷한 권한이 없다.
당사자 고지 주체나 절차 등이 법령에 빠져있다 보니 현재 통신사들의 관련 정보 공개 방식도 주먹구구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직영점을 직접 내방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할 경우,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관련 사실 여부를 알려주지만, 일부 통신사는 직영점을 직접 내방한 고객에게만 해당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
◇정보제 공개도 주먹구구식…법 개정 논의는 언제?
업계와 시민단체는 이 같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최근 통신사로부터 수사기관에 자신의 정보가 제공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사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정보가 제공 됐는지는 여부는 기재돼 있지 않고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랐다'고 적혀 있다는 제보가 많았다"며 "이는 그만큼 통신자료 제공이 임의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졌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3일 법안소위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이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신자료제공제도 관련 규정을 삭제하거나 보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