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내 게임사들의 유토피아? 독이 든 성배?

중국, 국내 게임사들의 유토피아? 독이 든 성배?

서진욱 기자
2015.03.10 05:49

2016년 '세계 최대' 등극할 중국 게임시장… 극심한 경쟁, 업계 종속화 등 부작용 우려

지난달 12일 ‘쿠키런’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는 가격제한폭(14.95%)까지 떨어졌다.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중국 진출이 무산됐기 때문.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텐센트를 통해 ‘중국향 쿠키런’ CBT(비공개테스트)를 진행했으나, 텐센트에서 요구했던 기준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다음 날 주가안정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중국 게임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든 국내 게임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상당수 게임사가 앞다퉈 중국 진출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2014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2016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시장으로 등극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가별 게임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이 204억85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은 178억6700만 달러로 미국의 87% 수준이다. 세계 6위인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33억5600만 달러로 중국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의 경우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로 분류되는 인터넷 사용인구 증가세가 한계에 도달했지만 중국은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PC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는 2013년 5억9000만 명, 5억명에서 2017년까지 각각 7억3000만 명, 7억5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 게임사들의 각축장이다. 성공 가능성도 낮다는 의미다. 중국 모바일 광고업체인 요우미에 따르면 현재 출시된 중국 내 모바일게임 1만여종 중 500만 위안(약 8억 원) 이상의 월 매출을 기록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손익분기점을 유지하는 게임은 전체의 5%가량.

데브시스터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진출 과정에서 텐센트, 바이두, 넷이즈게임즈 등 중국 퍼블리셔(유통업체)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게임 출시조차 어렵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유통사들은 테스트 도중 아무런 말이 없다가 갑자기 수십 가지 요구를 한 번에 내놓는다”며 “관련 일정도 그들이 정한 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은 ‘개발자-유통사-앱마켓-이용자’의 유통 구조다. 안드로이드 앱 마켓은 구글 플레이가 아닌 100여 개의 다양한 중국 앱 마켓이 존재한다. 그만큼 앱 마켓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이용자 플랫폼을 갖춘 유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조위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콘진원과 인터뷰에서 “한국 게임시장을 포기하고 중국에 집중하지 않는 한 중소 업체들이 성공하는 경우는 희박하다는 게 중국 게임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텐센트 또는 바이두와 계약하면 중국에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처럼 여기지만, 계약 후 출시되지 못하는 게임들이 더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중국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업체를 인수하거나 핵심 개발인력을 빼갈 수 있다는 것. 이미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에 5330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게임업계의 ‘큰손’이 됐다.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인력유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 e스포츠 게임단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이 중국으로 이전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다양한 이적 사유가 거론됐으나 중국 게임단에서 제시한 고액 연봉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진출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게임업체에 중국 진출 실패는 곧 회사의 존폐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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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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