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르스 '노-데이터의 재앙'

[기자수첩]메르스 '노-데이터의 재앙'

류준영 기자
2015.06.19 05:40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12년 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6년 전 신종플루(H1N1 인플루엔자) 소동 때 대응과는 딴판이다.

국내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동지역을 제외한 메르스 최다 발생국, 세계 첫 3차 감염자 발생국 등의 오명까지 얻었다. 사스·신종플루 창궐 때 정부가 보여줬던 발 빠른 초기 대응력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스 초동 대처로 WHO(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방역 모범국'에 꼽혔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왜 이토록 어설프고 무기력할까?

사스와 메르스는 상황적인 측면에서 정반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빅데이터 SW플랫폼연구부 안창원 책임연구원은 "사스는 중국·홍콩에서 먼저 확산됐다. 따라서 우리는 두 나라 전염병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정 수준의 대응책을 수립·실행할 수 있었다. 가까운 시·공간에 있던 중국·홍콩이 우리에게 데이터 제공자이자 실시간 시뮬레이션 환경이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경우, 우리가 초기 발생국이다. 의료진들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중동에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 참조할만한 그 어떤 사례도 확보할 수 없었던 탓에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측·판단하기 힘들었다.

이른바 '노-데이터(No-DATA)' 상황에서 혼란은 가중됐다. 예컨대 30대 메르스 의사·경찰의 상태가 위독해지자 젊거나 면역력이 강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믿은 국민들은 불안해 했다. 당초 예측한 10%대 치사율은 지난 17일, 12.3%로 넘어섰고, 예상과 달리 메르스 4차 감염자까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선행·동행적 레퍼런스(참고문헌)가 아예 없거나 부족한 경우, 정책 판단은 그만큼 느리고 소극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설마 우리나라에 들어올까’라는 안이한 생각으로해외 신종 감염병 정보에 예외를 둬선 안 된다. 효과적인 방어막을 치기 위해 보건·의료 당국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 노력과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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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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