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2015.07.16 03:00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인터넷전문은행 신설은 국내 금융산업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후진성 탈피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소 부정적인데,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기에 국내 금융산업의 문제점에 그대로 노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취약한 지배구조, 부족한 자산관리와 위험관리 역량, 미흡한 국제화 그리고 낮은 수익성 등의 문제들이 인터넷상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쉽게 해결되겠는가.

최근 창조경제와 핀테크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장밋빛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일반 은행과 금융회사 대비 한계적 기여는 다음과 같이 평가된다.

첫째, 지급결제 분야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다만 국내 금융의 지급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인터넷 자금이체, 낮은 수수료 등에서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는 상황이므로 기존 금융권 대비 효율성 제고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둘째,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탄생을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도 높지는 않은데,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위험관리 역량이 경험과 데이터, 점포와 직원 및 고객관계까지 갖춘 일반 금융회사보다 우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빅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말하지만 일반 금융회사들의 빅데이터 활용능력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지는 않다.

셋째, 점포와 직원의 수가 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 보다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보안투자, 소비자보호, 광고 등 추가적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이러한 비용의 회수기간이 짧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이러한 비용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따르는 고용 감소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렇듯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적 편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비금융주력자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50%로 상향 조정(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제외)한다는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방안은 놀랍고 당혹스럽다.

은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이유로는 대기업 사금고화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기업에게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으로 정보통신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비추어 공정하지 않고 형평에도 어긋난다. 은행을 소유하는 기업은 미래 경쟁업체가 될지도 모르는 동일분야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자금 지원을 꺼리게 되어 은행으로서 자금 배분기능에 실패할 수 있다.

둘째, 은산결합은 일반 대중의 예금으로 대기업과 재벌의 비리, 탈세, 갑질 등을 지원할 가능성을 높인다. 비근한 예가 저축은행 및 경남기업 사태인데, 국내 감독당국과 검찰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역량과 유인이 부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금융감독으로 은산분리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셋째, 대기업에게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을 부추겨 시스템리스크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속성상 이러한 리스크가 신속히 대규모로 급파될 가능성도 있어 사후적인 감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 예방을 위해 시피(SIFI) 규제를 도입했는데, 은산분리 규제는 이 규제의 한국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틈새시장에서 은행과 실물기업 간 융합을 추진하되, 소유를 통한 융합 보다 자산측면의 제휴 방식이 적절해 보인다. 실물 기업의 은행 소유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격이어서 모두 놓치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한계적 편익이 은산분리 완화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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