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이 말하는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는?

히치콕이 말하는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는?

김유진 기자
2015.12.26 07:29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한창호 문화평론가의 '여배우들: 타자의 자리'

남성들에게는 욕망의 대상이, 여성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 온 여배우. 영화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중예술이 된 건 '여배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여배우들 중 자신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원해서 얻은 경우는 드물다. 마릴린 먼로는 평생을 '금발 백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연기경력 내내 같은 역할만을 반복해야 했다.

'여배우들: 타자의 자리'는 이렇게 세상이 원하는 시선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가 하나의 사회적 아이콘이 되어버렸던 여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의 중심이었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타자여만 했던 이들의 속사정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히치콕의 말을 빌리면 '예의 바르고 정숙해 보이는 여성이 함께 택시를 탔을 때, 놀랍게도 당신 바지의 지퍼를 여는 것'이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라는 것이다. 앞뒤 문맥을 보건대, 그 여성이 그레이스 캘리다."

"큰 가슴을 반쯤 드러낸 블라우스와 꽉 끼는 치마를 입은 소피아 로렌이 나폴리 거리를 활보할 때,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는데, 그건 전 세계 관객의 시선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 소개할 여배우를 선정하기 위해 정한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스타는 영화계를 넘어 사회적 현상이다' '스타는 스캔들을 일으키며,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밑거름이 된다' '스타는 영화사에 빛나는 필름 목록을 갖고 있다'.

이 기준에 입각해 선정된 50명의 여배우는 각자가 살아온 빛나는 삶을 통해 그 시대와 문화를 대변한다.

우리나라 배우로는 '성춘향'(1961)의 주인공 최은희, '만추'(1966)의 문정숙 등이 소개돼 당대의 시대상을 엿보게 한다. 지금 텔레비전과 영화관에서 반짝이는 수 많은 여배우는 어떤 여성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시대는 여성이라는 타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대입해 보며 읽는 재미도 선사한다.

◇ 여배우들=한창호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33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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