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멘토①]

"길거리에서 '김 멘토!'하면 세 네명이 뒤돌아 봅니다."
창조경제의 창업 활성화 지원 정책 아래 창업 멘토 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게다가 창업보육센터 출입구엔 '잡상인, 창업멘토 출입금지'란 경고 문구가 걸려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창업 멘토는 "이런 농담이 돌 만큼 멘토 수가 늘어난 걸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창조경제 활성화 명목하에 창업지원금이 매년 급증하면서 멘토 수도 대폭 늘어났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그 부작용 중 하나로 정부의 연계사업을 빌미로 스타트업(초기기업)에게 과도한 지분 요구를 하거나 정부 창업지원금을 노리는 '좀비 멘토'가 있다. 지난해 유명 엔젤투자사의 한 투자자가 정부 창업지원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스타트업이 받는 정부 지원금 일부를 멘토가 가져가는 불량 멘토도 존재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멘티(스타트업)가 받는 지원금을 멘토가 나눠 갖자는 제안을 한다"며 "멘토링을 받아본 적 없는 초기 창업자들은 이런 제안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고 일부 멘토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라 늘어난 멘토 수에 비해 멘토링 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도 스타트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행 항공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초기에 여러 멘토에게 조언을 받다 보니 사업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간 경우가 있었다"며 "각 멘토들이 사업을 안전한 방향으로만 이끌고 가려고 해 원래 구상했던 사업 내용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많은 멘토로부터 나오는 창업 조언들이 오히려 멘티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맛집 큐레이션 어플을 제작한 스타트업을 전담하는 한 멘토는 "멘티에게 멘토링을 제공할 시간 잡기가 힘들다"며 "전담 멘티가 한 주에 받아야 할 다른 멘토링이 3개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멘티는 그러나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해당 멘토링을 이수해야만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에 횟수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는 "여러 창업 지원센터에서 받는 멘토링이 많을수록 회사 운영에 혼란만 준다"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 때문에 불가피하게 멘토링을 듣는 것은 오히려 창업에 방해만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멘토링에서 나오는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멘토 중 창업 이력이 전무한 멘토도 있어 스타트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IT기반 초기 창업자는 "창업 경험이 거의 없던 멘토에게 조언을 받은 적 있는데 자신이 살아온 얘기만 주구장창해서 멘토링을 두 번만 듣고 끝냈다"고 토로했다. 멘토의 경험 없는 조언으로 회사 성장에 집중해야 할 멘티의 시간만 잡아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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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여론은 스타트업계뿐 아니라 멘토들 사이에서도 만연히 퍼져있었다. 한 경영자 출신의 멘토는 "재무·투자·경영 분야에서 모인 멘토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회사 운영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며 "창업 입문서 책 5권을 읽고 멘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검증되지 않은 멘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창업자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려면 멘티들이 겪어야 할 경험을 먼저 겪어본 멘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업을 3번 실패하고 재기에 성공한 경영자 출신의 한 멘토는 "경영 경험이 없는 멘토가 잘못된 사업 지식을 창업자에게 주는 것은 경영에 있어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선별된 멘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멘토계에서도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수 멘토에 대한 자질도 멘토링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업 경험이 없는 교수는 이론적인 지식을 전해줄 수는 있지만 이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창업 환경에선 한계가 있다"며 "멘토는 단순히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업 경험에 빗대어 실무적인 조언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