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대학이 융·복합 메카된 비결? "우린 후발이니…"

6년차 대학이 융·복합 메카된 비결? "우린 후발이니…"

대구=류준영 기자
2016.11.07 03:00

[인터뷰] ‘작지만 강한 대학’ DGIST 신성철 총장

신성철 총장/사진=DGIST
신성철 총장/사진=DGIST

"융·복합, 리더교육 등 6년 전 수립했던 학교의 비전이 적중했습니다."

작전 지시대로 경기가 풀리면 선수들이 감독을 바라보는 눈빛에 신뢰가 더 실린다. 그 선순환 작용으로 감독의 리더십에도 더 힘이 붙는다. 출범 6년 만에 융·복합 연구의 메카로 떠오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신성철(64세) 총장에게는 지금이 그 최적화된 시기 같다.

대구 DGIST 집무실에서 만난 신 총장은 "제4차 산업혁명 등 예상한 대로 판이 굴러가 대학 출범초기에 짰던 경영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며 "곧 유·무형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DGIST는 동대구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농촌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주변 환경도 열악하다. 하지만 DGIST에 입학 지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매년 늘고 있다. 올해 4번째로 치룬 입시에서는 210명 정원에 2332명이 몰려 11.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 총장은 "학교 문을 연 초기엔 입학지원자가 정원의 3배수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입학지원율이 높아진 것은 우리만의 이공계 혁신교육이 잘 정착돼간다는 증거"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신 총장은 과학기술부처의 장·차관과 유명대학 차기 총장 등 주요 요직의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DGIST에 계속 머물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신 총장은 망설임 없이 "후발이란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했다.

"대학 모두가 혁신을 얘기하고 개혁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큰 집단은 한계가 있어요. 소위 'SKY'(서울·연세·고려대) 대학들이 큰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전 어렵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우린 후발주자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작은 신생 대학은 총장의 비전, 구체적인 경영 철학, 구성원들의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죠. DGIST는 그래서 제게 신명나는 일터입니다." 신 총장의 요지부동을 일각에선 학자에서 이제 경영자로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 총장은 최근 개소한 노화 연구전문 웰에이징센터에 관해 귀가 솔깃한 얘기도 던졌다. "인간과 동물, 식물 노화를 지배하는 공통된 유전자(DNA)나 매커니즘을 발견하면 그 즉시 노벨상입니다. 그 숙제를 박상철 센터장에게 줬죠."

박 센터장은 노화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신 총장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공을 들여 스카우트했다. DGIST는 노화시스템 등 뉴바이올로지와 사이버 컴퓨팅, 뇌·인지과학을 3대 축으로 오는 2021년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신기술 확보전 양상을 띄고 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신 총장은 이런 눈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술가치평가사’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리나라 VC(벤처캐피털)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을 가치로 환산할 때 매출이 없으면 0원으로 봅니다. 실제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 걸리는 아이템이 수두룩한 데 시장은 기다려주지를 않아요. 그러니 창업하기 진짜 좋은 아이템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죠."

신 총장은 전략적인 M&A(인수·합병)가 기업생존의 필수항목이 될 미래에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이 같은 관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차례 거대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 뒤엔 이공계 백그라운드와 경제·경영이론으로 무장한 기술가치평가사가 꽤 포진해 있을 겁니다."

지도자(리더십)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힘줘 말하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리더죠. 지금 준비된 리더가 없기 때문에 경제도 사회도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겁니다."

신 총장은 끝으로 "20~30년 후 DGIST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돼 있을지 머릿속으로 항상 그려본다"며 "DGIST를 '디지털 지니어스'(D-Genius)를 육성하는 요람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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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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