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이버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사전 예방교육 절실

[기고] 사이버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사전 예방교육 절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2019.04.02 10:56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블랙 미러’라는 영국드라마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급격한 기술발전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옴니버스 형식을 빌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그려내면서 섬뜩한 충격을 던진 작품이다. 이 중 시즌 3의 한 편인 ‘닥치고 춤춰라’는 4월 2일 ‘사이버 범죄 예방의 날’을 맞아 깊이 되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 착한 소년 캐니. 주변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까지 하는 캐니는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문자 메시지 하나로 하루 아침에 끔찍한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다. 노트북을 재부팅하면서 무심코 정체불명의 공짜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노트북에 달린 웹캠이 해킹당하는 줄 모르고 평소처럼 캐니는 야한 사진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만다.

노트북을 덮자마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음란 영상을 보내겠다는 메시지가 날라오면서 캐니의 일상은 끝이 난다.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결국 해커들의 막무가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캐니는 은행강도는 물론 살인까지 저지른다. 캐니의 범죄에 가담하는 3명의 인물 또한 사이버 범죄자들의 먹잇감들이었다.

몸캠피싱의 전형적 희생자인 ‘캐니’의 비극은 결코 남의 일도, 미래의 일도 아니다. 몸캠피싱은 영상 채팅 등을 통해 확보한 피해자의 음란한 영상을 부모와 교사 등 지인들에게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를 말한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에 접수되는 피해사례로 판단해볼 때 몸캠피싱 피해자의 경우 연간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40%가 캐니처럼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이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돼버렸다는 ‘포노 사피엔스’의 핵심세대인 청소년들이 그만큼 몸캠피싱의 피해에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돈 구할 방법도 없는 청소년들에게 몸캠피싱 가해자들의 협박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할 만큼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청소년들을 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채탱 앱 등을 통해 다른 피해자를 끌어오도록 협박하거나, 피해자의 계좌번호를 빼앗아 대포통장 범죄에 가담시키기도 한다. 약점이 잡히는 순간 닥치고 춤을 춰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사회적 경각심은 아직 너무 미약한 것 같다. 피해 근절을 위한 국가적 관심이 부족한 것은 고사하고 우리의 부모들이나 선생님부터 몸캠피싱의 존재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 차원에서 몸캠피싱 등 청소년 대상 각종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한 달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 성범죄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수사당국으론 처음으로 대검찰청에서 몸캠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에 대한 근절 노력을 공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몸캠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소식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해외 범죄망을 이용하고 있는 데다 다른 사이버범죄와 달리 몸캠피싱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처럼 신속한 대처를 위한 민관 합동 대응체계도 부족하고 관련 법체계도 정비돼 있지 않다.

도둑을 잡지 못한다면 외양간이라도 미리 튼튼하게 고쳐야 소를 지킬 수 있다. 교육 당국 차원에서 엄중한 경각심을 가지고 실태 파악과 함께 사전 예방 교육 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교사들부터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의무적으로 사이버 범죄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여명 서울시의원의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몸캠피싱과 같은 사이버 범죄는 철저한 사전 예방을 통해 상당 부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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