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덫에 빠진 인앱결제법]②'허점' 가진 법, 예고된 '반격'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탄생한 '인앱(In-app) 결제 강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글로벌 빅테크의 '꼼수'에 유명무실화 됐다. '특정 결제를 강요말라'는 요구에 구글은 '제3자 결제'를 도입하면서도 수수료를 무기로 효용성을 떨어뜨렸고, '아웃링크 금지'로 앱 개발사들의 숨통을 죄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이라며 강경조치를 예고했지만, 법의 태생적 허점을 파고든 구글의 공격에 허를 찔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해 8월 31일 국회는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켰다. 구글·애플의 전 세계 앱마켓 점유율이 9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고, 특히 구글의 새로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겨냥 만큼 정치권에선 '구글 갑질 방지법'이란 별칭을 붙였다.
구글·애플의 수수료 정책은 '글로벌 공통'인데다 해외에서도 규제 목소리가 활발했던 만큼, 한국의 입법 과정에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법 통과 직후 미국 CNN은 "한국의 법안은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조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AFP, 독일의 DPA 등 주요 통신사도 한국 국회가 인앱 결제 강요를 막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의 호평에 우리 정부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법 통과 이틀 후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두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세계 최초로 법률로 규정한 것으로, 국제 규범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은 앱 개발사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당초 법 취지를 우회해 버렸다. 구글 자체 인앱결제내에 제3자결제를 허용했지만, 수수료를 최대 26%로 정했다. 카드 수수료 등을 더하면 구글 결제 수수료율인 30%와 맞먹는 '조삼모사'다. '울며 겨자먹기'로 구글 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앱 외부 결제로 연결하는 '아웃링크'를 금지했다. 애플역시 최근 구글과 같은 앱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하고, 기존 인앱결제 대비 수수료를 4%p 낮추기로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사회에서 "한국의 인앱법에 밀리면 안 된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5일 유권해석을 통해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구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구글의 소송전이 본격화하면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는 예단할 수 없다. 전세계가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과도한 수수료 규제 정책에 대한 '시험무대'로 한국을 주목하는 만큼 '세계 최초' 입법 타이틀을 가진 우리 정부역시 총력전을 벌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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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애시당초 자의적 해석 여지를 준 느슨한 법령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규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회로 차단에는 소홀해 '국내법 패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입법 과정에서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로 △외부 결제 및 웹 결제의 포괄적 허용 △앱 내 다른 결제시스템의 아웃링크 허용 △외부 결제 안내·판촉 허용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앱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 같은 내용을 개정 법 및 시행령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에선 인앱결제법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한다. 규제 대상인 앱마켓의 반발은 계속되고, 애초 기대감을 품었던 앱 개발사들도 예상밖 꼼수에 허탈감을 노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역시 구글·애플이 올린 수수료가 요금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면서면서 '가격 인상' 유탄을 맞게 됐다. 모바일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7~8개월 전에 세계가 환호했던 인앱결제법이 시장에 참여하는 어떤 당사자에게도 100% 환영받지는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우리 규제 당국과 빅테크의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본격화한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