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78,700원 ▲2,300 +3.01%)이 '피해자 1인당 10만원 상당의 보상을 제공하라'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장 지급할 보상액은 크지 않지만 대상이 전체 고객으로 확대될 경우 총보상액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서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거쳐야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30일 SKT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권고한 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SKT는 "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당사가 자발적 보상 노력과 보안 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이행한 점, 조정안 수용 시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해, 조정안 수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며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SKT는 집단분쟁 조정 결정서를 수락할지 여부를 송달받은 날(지난 16일)로부터 15일 후인 내달 2일까지 통지해야 한다. 2월2일까지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해 SKT는 조정안대로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앞서 위원회는 분쟁조정 신청인 58명에게 1인당 통신 요금 할인 5만원과 SKT 제휴처에서 1포인트당 1원으로 쓸 수 있는 '티플러스 포인트' 5만 포인트 등 10만원 규모의 보상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냈다. 전체 보상규모가 580만원인 셈이다.
문제는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대상이 전체 가입자 약 2300만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SKT가 이번 조정 결정을 수락하면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규모는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조3000억원은 SKT의 재무적 체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T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711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해킹 사태가 없었던 2024년 영업이익 1조8234억원에 비해서도 26.1% 큰 규모다.
한국소비자위원회 분쟁조정은 양측 모두 수락해야 성립한다. SKT의 어렵다는 의사표시로 조정은 불성립으로 끝났다.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으려면 다시 민사소송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