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개 채널이 '재방' 일색…케이블TV, 방송사 '끼워팔기'에 신음

999개 채널이 '재방' 일색…케이블TV, 방송사 '끼워팔기'에 신음

윤지혜 기자
2026.04.30 10:00

케이블TV, 100원 벌어 90원 콘텐츠 사용료로
"채널 '묶음판매' 대신 개별 계약 전환해야"

케이블TV 총지급률/그래픽=이지혜
케이블TV 총지급률/그래픽=이지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케이블TV(SO) 업계가 이제는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쏟아붓는 '밑 빠진 독' 신세로 전락했다. 가입자에게 받은 수신료 대부분을 콘텐츠 사용료로 지급하면서 적자 늪에 빠진 것이다. 업계는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대형 방송사의 '채널 끼워팔기' 관행을 지목한다.

30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24년 케이블TV 업계의 수신료 매출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 비중(총지급률)이 90.2%를 기록했다. 총수신료 5719억원 중 5166억원이 콘텐츠 사용료로 나갔다. 손님으로부터 100원을 받아 90원을 물건값으로 낸 셈이다. 일부 SO는 총지급률이 116.2%에 달했다. 가입자에게 받은 돈보다 방송사에 주는 돈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TV 업계는 이같은 수익성 악화 주범으로 복수채널사업자(MPP)의 '결합판매'를 꼽는다. 지상파나 종편, CJ ENM(54,600원 ▼800 -1.44%) 등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이 인기 채널의 협상력을 앞세워 자사의 비인기 서브 채널까지 일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브 채널 상당수가 재방송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A방송사의 경우 메인 채널과 서브 채널의 프로그램 중복률이 98%에 육박했다. 서브 채널 계약을 거절할 경우 메인 채널의 콘텐츠 사용료를 급격히 올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블TV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수백개 채널을 확보해도 시청자는 "볼 게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OTT와의 경쟁으로 가입자는 줄고 정부 규제로 요금 인상은 막힌 상황에서 비인기 채널까지 고가에 사들일 여력이 없다"며 "MPP가 재원을 독식하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중소PP의 몫도 줄어 생태계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채널별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계약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케이블TV가 인기 있는 채널을 골라 제값 주고 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정 콘텐츠 사용료를 정하기 위한 기준점이 필요한데, 재방송 위주의 서브 채널은 광고판 역할에 가깝다"라며 "이런 채널에 케이블TV가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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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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