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로 K-문샷 총괄 사임…예견된 사태, 더 큰 문제는

'이해충돌'로 K-문샷 총괄 사임…예견된 사태, 더 큰 문제는

박건희 기자
2026.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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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샷 PD, 7월 특임연구원 전환 시 이해충돌 문제
퇴사하거나 휴직해야…현실적 어려움
PD 권한 보장하는 'K-문샷 특별법' 제안

K-문샷 프로젝트 개요/그래픽=이지혜
K-문샷 프로젝트 개요/그래픽=이지혜

AI를 과학기술 R&D(연구·개발)에 투입해 혁신적 성과를 내는 'K-문샷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PD(Project Director·총괄관리자)에게 예산조정권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K-문샷 특별법'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문샷 프로젝트(이하 K-문샷)의 'AI 과학자' 모델 개발 미션을 맡은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이해충돌'이다.

아스테로모프가 과학 가설 생성 AI 모델 '스페이서'를 개발 중인 만큼, 이 대표가 K-문샷을 이끄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샷 PD는 R&D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상위 단계에서 프로그램 전 과정을 지휘하고 조정한다.

이 대표의 사임은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K-문샷 PD의 소속과 역할을 정의할 '특임연구원 규정'이 완성되지 않은 채 PD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앞서 12명의 PD는 NST 소속 전문위원으로 선발됐다. 7월 초 NST 소속 국가특임연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선발 즉시 특임연구원에 임명하지 않은 이유는 선발 당시 NST에 특임연구원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상근직'으로 고용돼 본 소속 기관과의 이해충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문위원과 달리, 특임연구원은 NST 소속 상근직 혹은 반 상근직으로 고용된다는 것이다. 상근직이 되면 해당 기관에 상주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기관에서 동일하게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며 상주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이해충돌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 분야가 겹치는 만큼 R&D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이나 연구비 활용, 각종 정보 유출에 대한 시비가 붙을 수 있다.

대학 교수나 연구원일 경우 휴직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 대표 등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회사를 퇴사하기 어렵다. 이 대표와 함께 기업 소속으로 선발된 휴머노이드 분야 여준구 대동로보틱스 고문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여 고문은 K-문샷 PD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을 두고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임연구원 규정을 마련하고 선발했다면 자격 요건이 더 엄격했을 것이고, 사업 시작도 전에 PD가 이해충돌을 이유로 사퇴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D들을 특임연구원으로 전환하는 훈령이 이달 말 발효될 예정"이라며 "훈령에는 PD의 근무 조건부터 이해충돌 여부까지 폭넓게 규정한 내용이 담긴다"고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도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 에서 총괄관리자(PD)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도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 에서 총괄관리자(PD)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PD가 특임연구원으로 전환되더라도, PD의 역할과 역할에 따른 권한을 보장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따른다. PD는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관할하는 R&D 사업을 K-문샷이라는 이름 아래 한곳으로 모아 각종 자원과 인력을 분배하고 방향을 기획하는 역할이다. 이를 실제 실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K-문샷 특별법'을 제안했다. PD에게 미션별 예산조정권을 비롯해 목표에 맞지 않는 과제는 중단하고 더 발전이 필요한 미션은 확대할 수 있는 기획 권한을 주는 게 골자다. 폭넓은 권한을 보장하지 않으면 PD의 역할이 단순 과제 관리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D들이 기술적 난제에 도전할 수 있게 하려면 직접 핵심 키를 쥐고 기획할 수 있는 특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내부적으로 정책 연구와 함께 필요한 조항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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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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