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pre) 노벨상' 불리는 세계적 권위 생명과학상
설립 이래 한국인 최초·아시아 최초 수상
단백질 제조공장 'RNA'의 세계적 석학 김빛내리 단장

김빛내리 IBS(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노벨과학상 '전 단계'로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생명과학상 'HFSP 나카소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나카소네상 역사상 최초 한국인 수상이자 아시아 권역에서 나온 첫 수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 나카소네상 수상자로 김빛내리 단장이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2010년 HFSP 나카소네상 지정 이후 아시아 권역에서 수상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HFSP는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국제공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989년 주요 선진국이 설립한 세계적 연구지원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73개국 8500명 이상의 연구자를 지원했으며 이중 31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HFSP 나카소네상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과학적 진보를 이루거나 돌파구를 발견한 연구자에게 수여한다. 국적, 연령과 관계 없이 연구성과만을 심사한다. 역대 수상자 21명 중 4명이 추후 노벨과학상을 수상해, 노벨상 수상 전 단계를 뜻하는 '프리'(pre)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나카소네상은 연구자의 평생 업적을 기리는 다른 과학 공로상과 달리 최근 10년 이내 발표된 연구 가운데 생명과학의 지평을 넓힌 획기적인 발견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김 단장은 RNA 생성과 기능, 분해 과정에 대한 조절 원리를 잇달아 규명한 RNA 생물학 분야의 선구자다. 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조립하기 위해 직접 촉매 기능까지 수행하는 핵심 분자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IBS RNA 연구단을 이끌며 RNA의 작동 기전을 밝혔다. 2014년 마이크로RNA가 배아 발생 초기에 어떻게 조절되는지 처음으로 규명했다. 2018년에는 메신저RNA(mRNA·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의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를 발견했다. mRNA 염기서열의 끝부분(꼬리)이 '아데닌'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고 구아닌, 시토신 등 다른 핵염기도 혼합돼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어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원인인 'SARS-CoV-2'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하는 데 성공해 유력한 노벨과학상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2014년 미국국립과학원 정회원, 2021년 한국인 최초 영국왕립학회 외국인 회원에 선정됐다.
독자들의 PICK!

HFSP는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비전형적 RNA 꼬리 첨가' 경로를 발견해 유전자 발현의 새로운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45명의 세계적 과학자와 경합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HFSP 과학자문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뒤 지난 6일 HFSP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거쳤다.
나카소네상 수상자는 기념 메달과 상장을 비롯해 1만5000달러(약 2000만원)의 연구지원금을 받는다. 김 단장은 내년 열리는 HFSP 수상자 연례학술대회에서 기념 강연을 할 예정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수상에 대해 "한국인 최초의 HFSP 나카소네상 수상으로 우리 생명과학 연구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성과"라며 "우리 과학기술 최전선에 선 연구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