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지난 30년간 고속성장한 것만큼이나 빠르기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있다. 중국 어디든 시속 250㎞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가 바로 그것. 중국 기차하면 춘제나 명절 때 며칠 고생 끝에 고향 가는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하긴 중국은 워낙 넓어서 일반열차로 가면 1주일 연휴라도 하루 부모님 보기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동서남북을 종횡하는 고속열차의 의미가 큰지도 모르겠다. 이젠 5000여㎞에 달하는 중국의 동서양 끝도 하루면 친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은 언제부터 고속열차 개발에 본격 뛰어든 걸까. 시장에선 5차에 걸친 기존 열차의 속도향상 프로젝트(1997년 4월~2004년 4월)를 마친 후 선진국의 고속열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2004년 8월부터라고 한다. 기존 열차론 시속 200㎞를 한계로 보고 프랑스 알스톰, 일본 가와사키, 캐나다 봄바디로부터 고속열차를 구입,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기술이전에 총력을 기울인 것. 물론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합작사를 설립할 때 항상 쓰는 전가보도(傳家寶刀)의 전략은 고속열차에서도 통했다. 거대한 철도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해서 선진기술을 경쟁시켰고, 그 결과 싸고 좋은 조건으로 핵심기술을 이전받았다는 것. 불과 10년 만에 가장 빠르다는 CRH 고속열차 국산화율이 90% 이상이라는 평가다.
속도를 내면 얼마나 빠른가. 2007년 처음 상용화된 고속열차 속도는 시속 250㎞. 그러나 불과 1년 뒤 베이징올림픽 때 개통된 베이징~톈진 노선의 주행속도는 350㎞, 2010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중국산 CRH380 고속열차는 베이징~상하이 노선에서 시험속도가 무려 487㎞여서 기술이전 국가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아무리 빠른 고속열차도 이들이 달릴 수 있는 고속철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동서 4개와 남북 4개 노선을 잇는 소위 '사종사횡망'(四縱四橫網) 구축을 본격화해왔다. 중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고속철도 운행거리는 1만1028㎞로 세계 고속철도 총 운행거리의 50%, 고속철로 유명한 일본의 4배, 지구를 두 바퀴 도는 거리라 한다. 또 현재 건설 중인 고속철도만해도 1만2000㎞다. 특히 지난 6월 시험주행한 세계최장 1776㎞의 난주~우루무치 노선이 완성되면 우루무치 기준으로 난주 8시간, 서안 10시간, 베이징 14시간, 상하이는 18시간으로 중국 전역이 완전히 일일생활권이 된다.
그러면 중국의 고속열차와 철도가 갖는 의미 내지 기대효과는 뭔가. 물론 중국인들 명절이 편해지고 생활구조가 근본부터 바뀐다는 점에서 사회적 효과도 크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만 보면 첫째, 무엇보다 도시화 기여 효과가 클 거라고 본다. 현재 중국에서 도시화는 소비와 투자를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수단이다. 고속철도로 농촌과 도시, 도시와 도시, 생산지와 소비지가 빠르게 연결된다면 인적교류와 운송업 발달로 낙후 내륙지역의 도시화 효과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업계 경쟁력 강화로 내수를 넘어 수출 효과도 클 전망이다. 중국 고속철도산업은 이미 부문에 따라선 기술력이 세계 톱 레벨이란 평가다. 예컨대 2012년 12월 개통된 하얼빈~다롄 노선은 영하 40도의 혹한과 폭설에도 견딜 수 있는 최고 기술력의 철도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기술력에다 가격경쟁력을 덧붙여서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로부터 10억달러 상당의 사상 최대 고속열차 수출계약을 따냈고, 12월엔 영국 런던~버밍엄 고속철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셋째, 중국 주변 지역과의 경제협력 개발 효과다. 난주~우루무치 노선으로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지역, 단둥~신의주의 북한 접경지역, 심지어 시베리아~베링해협~알래스카를 잇는 고속철 건설로 중국·러시아·미국의 공동 자원개발 구상도 한다고 한다.
물론 중국 고속철도산업에 문제점도 있다. 2011년 7월 원저우 지역에서 발생한 열차추돌 사고라든지 막대한 건설비에 따른 부채 증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시화 추진이 워낙 중요한데다 고속철도 건설원가가 워낙 낮아 수출 기대도 큰 만큼 앞으로도 정책역량이 더 집중될 전망이다. 중국 내수지형의 변화와 유라시아 실크로드, 북한 경제협력에 관심이 많은 우리로서도 중국 고속철도산업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