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담배 한 모금 후욱?…황사·미세먼지까지 폐 속에 쓸어 담았다

평소처럼 담배 한 모금 후욱?…황사·미세먼지까지 폐 속에 쓸어 담았다

정심교 기자
2026.04.21 17:36

[정심교의 내몸읽기]

(오산=뉴스1) 김영운 기자 = 황사 영향으로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준을 보인 21일 경기 오산시 보적사에서 바라본 도심이 황사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6.4.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오산=뉴스1) 김영운 기자
(오산=뉴스1) 김영운 기자 = 황사 영향으로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준을 보인 21일 경기 오산시 보적사에서 바라본 도심이 황사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6.4.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오산=뉴스1) 김영운 기자

올봄 최악의 황사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호흡기가 위협받는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등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기질이 '나쁨'에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다.

앞서 정부는 전날(20일) 오후 5시 황사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 단계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황사가 발생하거나 미세먼지(PM-10) '매우 나쁨'(일평균 150㎍/㎥ 초과) 예보 시 발령한다. 이럴 때 호흡기가 흡입하는 먼지양은 평소의 3~10배까지 치솟는다.

이런 고농도의 '먼지 폭탄'에 무방비로 노출될 때 우리 몸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은 뭘까. 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오지연 교수는 "요즘의 황사·미세먼지는 단순한 흙·모래가 아닌, 매연이나 건물에서 나온 중금속·발암물질이 섞인 복합 입자인데 점막에 잘 들러붙는다"며 "특히 대로변이나 공사장 주변은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더 높으므로 오늘 같은 날 이런 장소에선 가급적 오래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사는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모래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흙모래로, 주로 칼슘·철분·알루미늄·마그네슘 등 자연 속 토양 성분을 포함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황사는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중국을 통과하면서 매연 속 중금속(납·카드뮴·망간·니켈 등) 농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황사 발원지인 중국·몽골의 사막화 면적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강수량이 줄고 증발량이 증가하는 기후 변화, 과도한 방목과 개간으로 초목이 줄어들고 수자원이 말라서 없어지는 영향으로 인해 황사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원인과 인위적인 발생원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발생한다. 연료 연소, 보일러·자동차·발전시설 등의 배출 물질이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초미세먼지는 자동차·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햇빛과 함께 대기 중에서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오염물질이다. 주로 황산염·질산염·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 화합물, 탄소화합물 같은 유해 물질로 이뤄진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장시간 노출되면 어린이와 노인뿐 아니라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도 치명적이다. 미세먼지 등급이 '매우 나쁨' 수준인 농도(162㎍/㎥)에서 성인 남성이 야외에서 1시간 활동하면서 흡입한 미세먼지양은 58㎍(마이크로그램)이다. 이는 8평(26.4㎡)가량의 작은 공간에서 담배 1개비를 피울 때 나오는 연기를 1시간24분 동안 마신 것과 같다. 또 2000㏄ 디젤 승용차 엔진을 켜놓은 차고(60㎥)에서 3시간40분 동안 머물며 들이마시는 매연과 같은 수치다.

황사·미세먼지에 모두 노출되면 호흡기의 자극 증상(기침·재채기·콧물·가래)이 증가하고 폐렴 같은 감염병이 유발된다. 노출 기간이 길수록 폐 기능이 떨어지고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의 발생·악화를 부른다. 천식 환자에게서 미세먼지 농도가 10 ㎍/m3 증가할 때마다 병원 입원율이 18%씩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황사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서 비염 발생률이 증가했다. 이런 영향은 영∙유아기, 동반질환이 있는 노인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어린이 호흡기 질환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연구진이 캘리포니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폐 기능이 떨어진다. 지속해서 미세먼지에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폐 기능이 나빠질 가능성이 4.9배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부가 담배를 피워 태아 폐 기능에 악영향을 준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경기광주=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1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6.04.21.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경기광주=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1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26.04.21. [email protected] /사진=김종택

이런 날 흡연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황사·미세먼지가 심한 날 담배를 피우는 건 먼짓덩어리를 폐 속에 쓸어 담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흡연자의 호흡기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담배 연기를 타고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서다. 이는 기도(숨 쉬는 통로)에 들어온 먼지를 밖으로 밀어내야 할 섬모가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날 외출할 때는 식퓸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선택할 때는 식약처 허가, KF80, KF94, 의약외품 같은 표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 마스크를 황사용 마스크로 속여 유치원에 유통·판매한 업체가 대거 적발된 사례가 있어 제품을 구입할 때 허가사항과 기능을 꼼꼼히 확인한다.

황사용 마스크는 식약처에서 성인용과 어린이용을 구분하지 않아 어린이는 얼굴 크기에 맞는 소형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집으로 돌아와 흐르는 물에 손·코·얼굴을 씻어준다. 평소보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집 안 구석구석을 자주 물걸레로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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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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