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나폴레옹과 바이오벤처 사업가

[우리가보는세상]나폴레옹과 바이오벤처 사업가

김명룡 기자
2015.03.23 06:2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두 앞발을 들어 올린 백마를 타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군대를 지휘하는 나폴레옹을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자크 루이 다비드作)은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1800년 나폴레옹은 대군을 이끌고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원정길에 나선다. 대다수의 참모들은 눈으로 덮여 있어 알프스산맥을 군대가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 나폴레옹은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말을 했고, 직접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전쟁해서 승리한다. 실제로는 나폴레옹이 볼품없는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고 하지만 알프스를 넘는 군대의 맨 앞에 나폴레옹 있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선두에 선 나폴레옹을 보며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내고 험준한 산맥을 넘었을 것이다.

바이오벤처 기업의 창업자들을 보면 '불가능이 없다'고 말했던 나폴레옹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대부분의 바이오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을 갖는다. 이들을 인터뷰를 할 때면 "우리의 신약후보 물질은 기존 의약품보다 우수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드물지 않게 듣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신약 후보물질이나 새로운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1% 미만이다.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바이오사업가들의 '과도한(?) 자신감'이 때론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이유다.

사실 수많은 병사들이 알프스를 넘는 것보다 신약을 개발해 내는 것이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신약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최종 성공에 이를 때 까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을 일군 서정진 회장은 5년 전 쯤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임상시험이 한창일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항체 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100%는 아니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성공할 확신은 100%다."

당시는 셀트리온의 항체 시밀러 개발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았던 때지만 서 회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불신과 우려를 극복하고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체 시밀러를 개발해 냈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 회장을 비롯한 바이오벤처 기업가들은 불투명한 사업 환경에서도 직원들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 또 연구개발에 필요한 투자도 유치해야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는 "바이오 사업가 스스로가 확신을 갖지 못한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인력이나 자신의 돈을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가들이 자신 있게 추진했던 사업들에서 성공하면 '혁신가', 실패하면 '사기꾼' 소리를 듣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을 우리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 사업가들을 무턱대고 사기꾼으로만 보는 선입견을 경계해야 한다. 세상의 비난을 받는 그 바이오 사업가가 어쩌면 알프스를 힘겹게 넘고 있는 나폴레옹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명룡 기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