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오늘…우연히 만든 '침실의 묘약' 性문화 바꾸다

18년 전 오늘…우연히 만든 '침실의 묘약' 性문화 바꾸다

박성대 기자
2016.03.27 05:45

[역사 속 오늘] 美 식품의약국, 화이자 비아그라 시판 승인

비아그라./사진=머니투데이DB
비아그라./사진=머니투데이DB

1991년 영국 웨일스 스완지에 위치한 모리스턴병원에서 협심증(심장에 혈류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생기는 가슴통증) 치료약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작용이 발견됐다. 당초 이 신약은 심장 동맥을 확장해 피를 더 보내 가슴 통증을 줄이려고 개발됐었다. 그런데 이 신약이 의도치 않은 곳으로 피를 더 보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남성들이 갑자기 발기증상을 호소한 것.

신약이 피를 '음경'(陰莖)으로 보내고 있음을 확인한 연구진은 흥미로운 부작용에 관심을 갖고 전혀 다른 용도에 초점을 맞췄다. 제조사인 화이자는 협심증 치료에서 방향을 틀어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을 상품화하기로 했다.

이 약이 바로 18년 전 오늘(1998년 3월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된 '비아그라'다. 비아그라 개발을 주도했던 화이자의 브라이언 클리 박사는 "비아그라는 원래는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 없었던 약이었다"고 밝혔었다.

'비타민V' '블루필' '블루 다이아몬드'로 불렸던 비아그라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비아그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린 신약으로 기록됐다.

출시 한 달여만에 하루 4만여건씩 처방됐다. 당시 비아그라의 도매가는 한 정당 7달러(약 8200원) 정도였다. 비아그라의 인기에 화이자 주가는 비아그라 출시 1년만에 163%나 오르기도 했다. 세계 제약사 5~6위권에 있었던 화이자가 업계 1위로 도약하는 데 도화선이 된 것.

특히 비아그라는 성(性)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면서 '20세기 최후의 위대한 발명품'으로도 불렸다. 1960년대 경구용 피임약이 여성을 임신공포에서 해방시켰듯이 비아그라는 남성을 성능력 상실의 공포에서 해방시켰다.

미국비뇨기과학회(AUA) 대변인인 이라 샤리프 박사도 "비아그라는 프로이트에서 시작된 성 연구자들의 업적에 필적하는 성 문화의 혁명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비아그라 출시 이후 자신의 성 문제를 의사와 상담하는 남성이 늘면서 발기부전 증상을 초기 증상으로 하는 다른 질병을 미리 발견할 확률도 높아졌다.

영국의 한 주간지는 비아그라 탄생 전만 해도 발기부전은 이혼사유의 20%에 달했다. 하지만 비아그라 덕에 수많은 남성들이 수치심과 이혼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비아그라가 나이 많은 남성들의 바람기만 부추긴다며 불매 캠페인에 나서는 등 사회적 갈등도 있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비아그라 짝퉁 약품이 유통되고 있을 정도로 오·남용 피해가 잇따르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1999년 10월 시판이 허용됐는데, 앞서 한국화이자에서 비아그라의 국내 허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자신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써달라고 제약사 측에 조르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출시 초기 판매가격은 한 정에 1만2000~1만8000원정도였다. 현재는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져 38개 제약사에서 41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가격도 3000~4000원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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