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 알고 먹어야 '藥']세관적발된 가짜약 3000억원대, 전체 규모는 5000억원 이상

2014년 12월 평택경찰서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또 김포 근처 사무실 2곳과 창고를 기습해 비아그라 등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56만정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 물건이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밝혔다.
56만정은 올 5월 국내에서 처방된 전체 발기부전치료제 290만정의 19%에 해당한다. 전국에 이런 가짜약 창고가 몇 개가 있는지 추정조차 되지 않는다.
2014년 소탕 작전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 본사 글로벌 시큐리티 팀이 제공한 정보가 뒷받침이 됐다. 화이자가 가짜 비아그라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만든 팀이다. 전직 FBI(미국 연방수사국) 요원과 사설탐정 등으로 꾸려졌다.
글로벌 시큐리티 팀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각국 수사당국에 정보를 주고 불법 조직을 발본색원하는 일을 한다. 팀원이 누구인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베일에 쌓여 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 아무리 정보력이 뛰어난 글로벌 시큐리티 팀이라고 해도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확장을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에 적발된 밀수 발기부전치료제는 2010년 1073억원에서 2013년 3367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3배나 급증했다.
구구, 팔팔 등 제네릭(복제약) 발기부전치료제를 생산하는한미약품(483,000원 ▼8,500 -1.73%)은 국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에서만 가짜 발기부전치료제가 기승을 부리는 건 아니다. 화이자가 파악한 가짜 비아그라 유통 국가는 북한과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걸쳐 있다. 복제약의 저가경쟁에도 불구하고 비아그라가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가짜 비아그라 제조·판매업자들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제네릭 의약품 시장이 발달한 한국은 국내 제약사들의 4정 기준 발기부전치료제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4정짜리를 4만원 이하에 살 수 없는 오리지널 비아그라보다 절반 이상 싼데도 다수 수요자가 가짜약 시장에 몰린다.

구하기 쉬운데다 병원에 가서 발기부전 처방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복용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7.4%가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18.5%는 '병원 진료가 꺼려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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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남대문시장을 찾지 않더라도 가짜약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공공장소 남자 화장실 몇 곳만 돌아도 '비아그라·씨알리스 판매' 명함이 널려 있다. 유흥업소에서도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가짜약을 나눠준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웨이터는 "가짜 비아그라 판매업자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30정 한 봉지에 2만원씩 판다"며 "가끔 중개업자가 오기도 하는데 이 사람들은 2만5000원씩 판다"고 말했다.
가짜약의 폐해는 단순히 탈세에서 끝나지 않는다. 복용했을 때 어떤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짜약 복용 후 부작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유명인사가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먹고 외도를 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글로벌 시큐리티 팀이 찾아낸 가짜 비아그라 제조현장에서는 바닥용 왁스, 납이 첨가된 페인트, 활석, 카트리지 잉크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짜약에는 성분이 뒤죽박죽이어서 자칫 과량 복용했을 때 심근경색, 심장 돌연사 등 치명적 심혈관계 부작용은 물론 시력상실, 청력 감퇴 등 감각기관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