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물집' 이틀만에 숨졌다...바닷물에 발만 담가도 위험? 의사 '경고'

'다리 물집' 이틀만에 숨졌다...바닷물에 발만 담가도 위험? 의사 '경고'

정심교 기자
2026.04.29 17:13

[정심교의 내몸읽기]

#. 지난 23일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40대 A씨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23일 증상이 나빠져 사망했다. A씨는 21일부터 다리 부위 부종·물집과 통증으로 치료받다가 증상이 빠르게 나빠졌다. 그는 최근 해산물을 먹었고, 평소 간질환을 앓아왔다.

올해 처음으로 비브리오 패혈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진단 직후 사망하면서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특히 '고위험군'이 이 병에 걸리면 둘 중 한 명 이상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과연 이 병은 왜 생기고, 고위험군은 누굴까.

비브리오패혈증은 바닷물에 사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라는 세균이 사람 몸속으로 침투해 일으키는 급성 패혈증이다. 건강한 사람도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었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은 경우,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과 닿았을 경우 이 균에 감염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주은정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많은 사람이 생선회·조개류를 먹고 감염되는 병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바닷물에 잠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감염자의 30~40%는 바닷물과 닿으면서 감염됐다. 이 균은 바닷물 온도가 18도(℃) 이상으로 오르는 5~6월경부터 검출되기 시작해 수온이 높은 8~10월 인체감염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감염 경로에 따라 '창상 감염형'과 '원발성 패혈증'으로 나뉜다. 창상 감염형은 상처가 나거나 긁힌 상처와 바닷물, 조개 등의 어패류에 있던 균이 사람 몸에 침투해 감염된다. 상처 부위가 급속히 붓고 붉어지며 물집, 피부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16~24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 급성 발열, 오한, 혈압저하, 구토, 설사, 권태,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보통 열이 나기 시작해 24시간 이내 피부 병변이 생긴다. 피부 중에서도 주로 다리에서 병변이 생기는데, 처음엔 붉어지고(발진) 붓다가(부종) 물집 또는 출혈성 물집이 나타난다. 이런 병변이 점점 넓어지고, 피부와 피하조직 세포가 죽어서 썩는(괴사) 양상으로 진행한다. 이런 증상이 빠르게 진행하면 48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환자 3명 중 1명은 입원 당시에 이미 저혈압이 관찰될 정도로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위중하다. 국내에선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고위험군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이 연간 100명 미만으로 발생한다. 환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사망률이 50~90%로 매우 높다. 대부분 패혈증이 다발성 장기 부전(여러 장기 기능이 멈춤)으로 악화하면서 사망에 이른다. 이 균을 생기는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는 △급성 폐손상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 신부전 △간 손상 등이 대표적이다 .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확인되면 즉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3세대 세팔로스포린, 플루오로퀴놀론,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필요한 경우 감염된 부위를 수술로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수술적 처치 가운데 '병변 절제'는 피부가 썩었거나, 썩을 위험이 있는 부위를 도려내는 방법이다. ' 근막절개술'은 상처 부위가 부어오르면서 조직 속 압력이 높아질 때 시행한다. 이 수술은 압력을 낮춰 추가 괴사를 막는 목적이다. 괴사 부위가 광범위하고 손상이 심할 땐 '사지 절단'을 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혈증으로 인해 혈압 저하가 심하거나 다발성 장기 부전이 있다면 수술조차 어려울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증상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비브리오 패혈증의 증상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명률이 워낙 높다보니, 이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따르는 게 최선이다. 어패류 생식을 피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을 삼가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인 △간질환자(만성 간염, 간경화, 간암) △당뇨병 환자 △알코올 의존자 △면역저하자 등은 더 주의해야 한다.

어패류는 5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하고, 85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 먹는다. 바닷물이 아닌, 흐르는 수돗물에 어패류를 깨끗이 씻어 먹도록 한다. 어패류를 요리한 칼·도마는 소독 후 사용한다. 조개껍데기를 가열해 껍데기가 열린 후에도 5분 이상 더 끓이는 게 안전하다. 조개류를 증기로 익힐 땐 껍데기가 열린 후에도 9분 이상 더 요리해야 한다.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은 바닷물·갯벌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어패류를 손질할 땐 고무장갑을 착용해 균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정연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 증상이 심해지면 쇼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일주일 이내에 제대로 익히지 않은 해산물·어패류를 먹었고, 오한·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면 빠른 시간 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간 질환자, 알콜중독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부신피질호르몬제·항암제 복용자, 면역결핍 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병할 경우 치사율이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수칙을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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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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