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아지겠지" 진통제 먹고 꾹 참았는데…'편두통' 무시했다간

"곧 나아지겠지" 진통제 먹고 꾹 참았는데…'편두통' 무시했다간

정심교 기자
2023.03.02 16:56

두통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만큼 흔하고 익숙한 증상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의 편두통은 무시하면 안 되는 질환이다. 실제로 편두통은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모든 질병 가운데 중요도 2위로, 심각성이 높은 질환에 꼽힌다. 그런데도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편두통을 경험하고 바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며, 5명 중 2명은 편두통 최초 인지 후 진단까지 무려 1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미지 교수의 도움말로 편두통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플 때만 해당한다?

X 의학적으로 잘못된 정의다. 편두통 환자의 두통 위치가 한쪽이거나 양쪽일 수 있고, 앞쪽(눈 주위), 뒤쪽(뒤통수)이거나 전체적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다. 두통이 원인 없이 발생하는 질환을 '1차 두통 질환'이라고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질환이 편두통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편두통성 두통이 발생하면서 증상 발현 후 4~72시간 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5번 이상 했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일상생활 또는 업무에 불편할 정도로 상당히 심한 두통이 한나절 이상 지속했다가 3일 안에 스스로 좋아진다면 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편두통은 심장이 뛰는 듯한 박동성 통증이 특징적이지만, 찌르거나 조이고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주요 증상은 편두통성 두통이다. 구역·구토·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나고, 움직이기만 해도 골이 흔들리듯 두통이 악화한다. 편두통성 두통이 발작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나타난다.

Q 편두통 증상은 단계에 따라 다르다?

O 편두통은 보통 전구기-조짐-두통기-후구기의 4단계로 진행된다. 두통이 나타나기 전, '전구증상'과 '조짐'이 진단에 도움 될 때가 많으므로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전구증상에는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 목덜미 뻣뻣함, 식욕 변화, 예민한 감정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은 편두통이 발생하기 2~48시간 전에 나타나는데, 편두통 환자의 약 80%가 겪는다. 편두통 조짐은 편두통이 시작하자마자 또는 시작 직전에 발생하는 증상으로, 시야 일부가 흐려지거나 일렁거리는 '시각 조짐', 입술·손끝의 감각이 무뎌지고 저리는 '감각 조짐' 등이 있다. 두통이 있을 때는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빛·소리에 민감해질 수 있다. 두통이 나타났을 때 움직이기만 해도 골이 흔들리듯 악화해 누워만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편두통의 두 번째 단계에서 발현할 수 있는 시각 조짐(위)과 감각 조짐의 증상들. 그림=서울대병원
편두통의 두 번째 단계에서 발현할 수 있는 시각 조짐(위)과 감각 조짐의 증상들. 그림=서울대병원
Q. 편두통이 잘 나타나는 체질이 있다?

O 환경과 신체 변화에 민감한 '편두통성 뇌'는 따로 있다. 전체 인구의 10~15%가 편두통을 유발하는 뇌를 갖고 태어난다.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건 질병이라기보다는 생존·성취에 유리한 일종의 체질이다. 편두통성 뇌를 가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뇌의 활동성이 높다. 뇌가 쉬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처리한다. 뇌의 과활성으로 뇌에선 이상 신호가 발생해 퍼지고, 뇌막의 혈관·신경이 복합적으로 활성화하면서 두통이 발생한다. 외부 환경과 신체 내부를 감시하면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반응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날씨·계절·기온·습도 등의 변화, 불빛, 소리, 냄새, 스트레스 상황, 식사·수면 등의 생활 습관이 불규칙해지거나 부족·과잉한 상태 등을 빠르게 감지해 뇌 활동이 과하게 일어난다. 다만 이런 변화를 감지·반응하는 건 과민반응이 아닌 정상적 생존 반응이다. 그러나 편두통 환자의 경우, 모든 신호를 놓치지 않고 감지하고 반응하느라 뇌 활동이 과잉될 때가 있다. 결국 그로 인해 뇌에서 이상 신호가 퍼지고 연쇄적으로 뇌막의 혈관·신경이 복합적으로 활성화해 두통이 생긴다.

Q 편두통 치료는 일반의약품으로 충분하다?

X 가벼운 편두통은 일반 진통제(일반의약품)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중등도 강도 이상의 편두통은 확장된 뇌혈관을 수축하는 '트립탄(Triptan)계 약물'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아야 한다. 최근엔 혈관수축 같은 부작용이 없는 '디탄(Ditan)계' 약물이 국내에 출시됐고 '게판트(Gepant)계 약물'도 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활발히 쓰이며 국내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게판트계 약물은 혈관을 확장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CGRP(calcitonin gene related peptide)의 대항제다. 진통 목적의 급성기 약물을 한 달에 10회 이상 자주 사용할 땐 만성 편두통, 약물 과용 두통 등 합병증성 두통으로 변형될 수 있어 주의한다. 만약 두통 빈도가 너무 잦거나 두통 강도가 심해 급성기 약물로 해결되지 않으면 두통 발생 빈도·강도를 줄여주는 예방치료를 병행한다. 예방치료에는 항우울제, 항뇌전증약, 베타차단제, 칼슘 통로 차단제 등의 약물이 있다.

Q 편두통 치료엔 먹는 약만 있다?

X 먹는 약이 아닌 전자약, 즉 의료기기를 통한 신경 조절 치료도 국내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편두통 관련 많은 치료 옵션이 있어 현재는 다양한 편두통 환자의 필요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졌다. 편두통 가운데 만성 편두통이라고 하는 특별한 아형에는 보톡스를 주사하기도 한다. 보톡스는 흔히 주름 개선용 주사라고 알려졌지만, 편두통을 유발하는 근육 및 신경 부위에 보톡스를 31군데 이상 주사하면 보톡스 주사 성분이 신경 말단으로 들어가 신경에서 분비하는 통증 전달 물질을 차단한다. 최근엔 항CGRP 항체 주사제가 개발돼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 주사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탁월해 편두통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받는다. 기존 예방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편두통에도 효과가 증명돼 중요한 치료법으로 떠올랐다. 까다롭지만 기준에 부합하면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Q 편두통도 예방할 수 있다?

O 수면·기상·식사·운동을 규칙적인 시간에 진행하고 생활 리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카페인이나 강한 시각 자극 등 뇌의 과활성을 유발하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다. 자신의 편두통 유발 인자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상황을 피한다면 편두통성 두통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편두통이 잦아지고 만성화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편두통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원인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편두통이 의심되면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두통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게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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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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