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2살이 된 터너증후군 여아에게 이차성징이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는 약을 먹으면 되는데 약이 없어요."(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
"터너증후군의 유일한 급여약은 단종됐고 대체약도 거의 품절 상태예요. 도매상도 약이 없다고 해요. 환자가 약을 못 받는 걸 보면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약사 B씨)
터너증후군에 걸린 소아 환자들이 약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여 적용이 되는 유일한 호르몬 약 '프레미나정'은 지난해 단종돼 더 이상 없고 비급여로 비싸게 대체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임시방편으로 대체재를 쓰지만 용량을 어느 정도로 써야 할지 데이터가 없어 치료에 애로가 있다. 정부에서 약가를 과도하게 인하하면서 치료약인 프레미나정이 생산 중단된 여파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후폭풍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터너증후군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 부족으로 난소의 기능 장애가 발생해 조기 폐경이 발생하며 저신장증, 심장 질환, 골격계 이상, 자가 면역 질환 등의 이상이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터너증후군 약으로 유일하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됐던 프레미나정이 지난해 10월 단종됐다. 이유는 무리한 약가 인하다. 약가 가산재평가로 2021년 9월 프레미나정 0.625㎎이 186원에서 144원으로, 프레미나정 0.3㎎은 121원에서 95원으로 각각 낮아졌다. 이후 이 약을 생산·판매하던 다림바이오텍은 수익성 악화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가산 유지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림바이오텍 관계자는 "생산 원가가 올랐는데 받을 수 있는 약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추가 생산을 계획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와 의료진들은 약을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터너증후군 환아를 진료하는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급여가 되면서 의학 교과서에 나온 터너증후군 치료제는 프레미나 한 가지인데 약이 단종돼 대체재로 바이엘코리아의 여성호르몬제인 '프로기노바'를 쓰고 있다"며 "프레미나와 달리 프로기노바는 용량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실험적으로 약을 쓰고 있는 셈인데, 이 약마저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모두 구할 수 없게 되면 나중에는 아이들이 성인용 비급여 피임약을 비싸게 구입해 써야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확한 터너증후군 약이 아니고 나이별로 용량을 얼마나 써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처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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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터너증후군 아이들은 약을 먹지 않으면 이차성징이 나타나지 않아 성인이 됐을 때 여성화된 몸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며 "약만 먹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약 공급이 끊겨 답답하다"고 했다. 그를 통해 치료하는 터너증후군 환자는 10여명이다.
이 전문의는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약가를 인하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애초에 정부가 터너증후군 치료약인 프레미나의 약가를 인하하지 않고, '퇴장방지의약품'으로 등재해 보호했다면 이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사태를 방치하고 키웠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체 약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꼭 필요한 환자군이 있는데도 경제성이 없어 생산이나 수입이 어려운 약제들이 시장에서 없어지지 않도록 원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