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의 신의료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가 장기간 흡입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폐렴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주헌 교수팀은 COPD 환자 978명을 대상으로 2009~2012년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 여부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COPD 환자 중 흡입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85명과 사용하지 않은 893명을 구분해 질병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흡입스테로이드 사용 환자는 비사용 환자보다 폐렴 발생 위험이 1.5배 증가했고, 폐렴 발생 시 사망 위험은 3.5배 높았다. 결핵 발생 비율도 더 높았다.
COPD는 전 세계 사망률 순위 3위의 중증 호흡기 질환이다.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기도가 서서히 좁아지는 병으로 기침·가래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의심해야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가량(13.4%, 약 340만명)이 COPD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폐가 망가져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COPD 환자가 증상이 심하고 혈액 내 호산구 수치가 상승한 경우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흡입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듯 장기간 사용 시 폐렴, 결핵, 구인두진균증, 목소리 변성, 골밀도 감소 및 혈당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침과 원칙에 따라 투여 간격과 양 등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박주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대규모 COPD 환자를 대상으로 흡입스테로이드의 포괄적인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COPD 예방을 위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실내외 공기 오염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40세 이상의 흡연자가 기침, 가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면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호흡기 분야 국제 학술지 'COPD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PD)에 최근 게재된 이번 연구는 지난달 미국흉부학회 소식지 표지란에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