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수술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환자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공의들에게 헌법재판소(헌재)가 전원일치로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26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박모씨 등 6명이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인 박씨 등은 지난 2017년 성형외과 교수인 A씨가 B씨를 비롯해 8명의 환자를 수술하지 않고도 마치 본인이 집도한 것처럼 11회에 걸쳐 수술 기록지 등을 허위로 작성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박씨 등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고발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수술 기록지, 수술실 간호기록지 등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를 두고 의대 교수인 A씨는 고발 내용이 허위 사실이며, 환자의 개인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누출했다면서 무고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전공의들을 '맞고소'했다.

검찰은 A씨의 고소에 대해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지만, 의료법 위반 혐의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는 인정되나 범행 정도, 피해자와 합의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이다. 범죄 경력은 남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환자 B씨가 본인의 진료기록을 함부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공의들을 별도로 고소했는데 1심 법원은 환자 B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전공의들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한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며 전공의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
전공의들은 의료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도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헌재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개인정보 유출의 목적이 의료법 위반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고,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는 법 위반 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또 다른 곳에 유포시키지 않고 수사기관에만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헌재는 평가했다.
헌재는 범죄혐의는 성립하나 대리수술 등 병원 내 잘못된 관행을 방지해 환자 생명 등을 보호하는 데서 오는 이익이 크다며 "(이번)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최종적으로 전공의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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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더정성 김봉종 변호사는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하는 비율은 전체의 20% 정도에 그친다"며 "이번 헌재의 판단은 공익제보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통해 공익제보자의 보호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